영화 ‘엑시트’

에너지가 넘치고 유쾌하며 흥미진진하고 사랑스럽다. (감독 이상근,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는 ‘재난 영화’를 표방하지만 예상을 벗어난다. 재난 탈출 모바일 게임을 연상시키는 코믹 액션물에 가깝다. 5포 세대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면서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는 혈기 가득한 청춘들의 성장 영화다. ‘엑시트’는 이렇게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영화의 주인공인 용남(조정석)과 의주(임윤아)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짠내 물씬 나는 청춘들. 용남은 대학시절 산악동아리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실패로 조카에게까지 무시당하는 백수다. 의주도 학창시절 산악부 퀸카였지만 현실은 비루하다. 근무하는 연회장에서 치근덕대는 상사의 대시에 골머리를 앓는다. 의주가 일하는 연회장에서 용남의 어머니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 누군가의 테러로 인해 도심이 유독가스로 뒤덮이며 영화는 질주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매력에 아주 많이 의존한다. 조정석은 충무로에서 ‘찌질남 연기의 최고봉’이란 칭호를 받을 만큼 명연기를 펼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짠해지는 애처로운 청년백수 용남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모두에게 무시 받던 용남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미션에 도전할 때 관객들은 숨죽여 응원하게 된다. 미션에 성공하면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게 된다.

임윤아도 조정석에 밀리지 않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제 소녀시대 멤버 윤아가 아닌 배우 임윤아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망가짐을 불사하며 완벽히 캐릭터에 몰입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엑시트’가 더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용남을 무시하고 구박하지만 위기가 닥치자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용남의 부모와 누나를 연기한 베테랑 배우 박인환 고두심과 김지영의 차진 연기는 큰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엑시트’가 데뷔작인 이상근 감독은 신인감독다운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연출로 관객들을 신나는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다소 만화적인 구성으로 영화 중간중간 구멍이 보이지만 특유의 유쾌한 유머감각과 따뜻한 정서로 단점을 메운다. 러닝 타임 103분 동안 유쾌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극장 밖을 나갈 수 있게 만든다.

영화 ‘사자’

● ...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 유혹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실감케 해준다. (감독 김주환, 제작 키이스트)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와 배우들의 열연, 충무로 기술력의 현주소를 알게 해주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지만 관객들의 만족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편차가 클 듯하다. 이색적인 설정과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든다면 129분 동안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기분이겠지만 다소 느린 전개와 예상보다 짙은 종교적 색채, 감독의 색다른 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종교적 믿음을 잃은 용후(박서준)는 냉소적인 성격의 격투기 챔피언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용후의 손바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발견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났다가 자신의 손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운명을 각성한 후 세상에 악의 기운을 퍼뜨리는 검은 사제 지신(우도환)과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염두에 둬야 할 점은 기존의 오컬트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 구마 의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보다 메시아적인 퇴마 슈퍼히어로의 탄생에 무게를 둔다. 구마 의식 과정에서 펼쳐지는 악마와 사제의 치열한 심리대결에서 오는 섬뜩한 공포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낯선 설정일 수 있다.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도 영웅이 탄생하기까지의 예열기간이 너무 길어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둔 기획 탓에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즐길 만할 때 영화가 마무리된다.

는 단점이 명확하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는 영화다. ‘청년경찰’에 이어 김주환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박서준의 매력은 엄청나다.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빚어내는 액션의 쾌감은 상당하다. 또한 신을 부정하다가 의문을 갖게 되고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심리연기는 그가 비주얼만 뛰어난 스타가 아니라 정말 좋은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안성기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과 노련함으로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주며 박서준과 ‘특급 케미’를 이룬다. 악의 화신을 연기한 우도환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지만 깔려진 판이 미미했다. 김주환 감독은 모두가 판에 박힌 듯한 기획 영화를 만들어내는 현실에서 원대한 도전을 시도한다. 시도를 했다는 자체는 칭찬할 만하지만 현실은 한계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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