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불행 초래” 촬영장서 착용 금지

존 카펜터 감독

1948년 1월 16일 뉴욕주 카사지 태생. 감독, 사운드트랙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부친 하워드 랄프 카펜터가 웨스턴 켄터키 대학 음악과 교수로 활동한 집안 분위기로 인해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소양을 쌓게 된다. 부친이 재직했던 웨스턴 켄터키 대학을 거쳐 LA 영화 명문 대학 USC 영화과를 졸업한다. <브롱코 빌리의 부활>(1970)로 본격적인 영화 연출 작업에 나서는 한편 록 밴드 ‘쿱 드 빌’을 결성해 음악 활동을 병행한다. 멤버로 참여했던 토미 리 왈리스, 닉 캐슬로 훗날 감독으로 활약한다. 1970년대 독립 영화계에서 작가, 배우, 작곡가, 프로듀서, 감독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산한다. <다크 스타>(1974)를 거쳐 공포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할로윈>(1978)을 공개하면서 이 장르의 대가로 자리매김한다. 여세를 몰아 <안개>(1980), <괴물>(1982), <뉴욕의 탈출>(1981), <스타맨>(1984) 등의 문제작을 연이어 공개해 흥행가의 이슈메이커로 등극된다. 다크 코미디, SF, 로맨스, 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발표하면서 흥행가에서는 ‘공포의 대가’ ‘어둠의 황태자’라는 애칭을 부여받는다.

공포 영화의 음산함과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신시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트랙을 채택하고 있다. 감독이 작곡한 <할로윈>(1978)은 이러한 특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공포 영화 음악의 전형으로 애청되고 있다. <괴물>(1982),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1987), <매드니스>(1994), <할로윈>(1978), <화성인 지구 정복>(1988), <뉴욕 탈출 >(1981) 등을 통해 인간의 악한 본성, 지구 종말론, 탐욕이 초래하는 비극, 막강한 외계인들의 지구 공격 등을 주제로 내세워 ‘묵시록 6부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남성 주인공은 사회 질서 파괴를 주도하는 반영웅적 태도, 몰염치와 비양심, 인간성 결여, 좀비를 떠올려 주는 영혼이 없는 성품을 갖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폭도들로부터 경찰서가 공격당한다는 범죄극 <분노의 13번가>에서는 긴박함 가득한 사운드트랙 작곡도 맡아 다재다능함을 드러낸다.

출연 배우와 스태프에서 단골로 출연시키거나 팀워크를 맞추는 고정 멤버들이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들에 대해 ‘카펜터 레퍼토리 그룹’이라고 명명해 주고 있다. 연기자 중에는 커트 러셀을 필두로 해서 샘 닐, 피터 잭슨, 조지 벅 플라워가 있으며 사운드트랙 스태프로는 아이스 큐브, 아이작 헤이스, 앨리스 쿠퍼, 존 본 조비 등이 있다. 윌리엄 A. 그래함 감독의 <체인지 오브 해빗>(1969)은 도시 빈민가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심리 치료를 해주는 의사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 극중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맡은 배역은 존 카펜터 박사이다.

이에 화답하듯 존 카펜터는 TV 영화 <엘비스>(1979)의 연출을 맡는다. 극중 엘비스 역은 영화 동료 커트 러셀이 맡고 있다. 1950~1960년대 흥행가를 장식한 <쿼터매스 익스페리먼트>(1955), <쿼터매스 앤 더 핏>(1967)의 열혈 팬이다.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1987)의 시나리오는 가명 마틴 쿼터매스로 작성했으며, <매드니스>(1994)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철도역 이름은 ‘쿼터매스 앤 더 핏’으로 설정해 놓았다.

모자는 불행을 초래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 촬영 중에는 스태프, 캐스트 어느 누구도 모자를 절대 착용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을 내세우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적인 팬이며 오래된 캐딜락 자동차를 수집하고 있다. 프로 농구 NBA를 시청하기 위해 촬영장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는 법석을 떨고 있으며 촬영 휴식 시간에는 즉석 농구 시합을 위해 ‘휴대용 농구 골대’를 갖고 다닌다. 1997년 뉴욕. 범죄 증가로 도시는 슬럼화되고, 미국 정부는 맨해튼 섬 자체를 일종의 교도소로 만들어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실정.

그런 어느 날, 핵전쟁과 관련한 국제 회의에 참석하려던 대통령이 탑승한 대통령 전용기가 테러리스트 듀크에 의해 납치된다. 이에 특수부대 출신 전쟁 영웅이지만 현재는 종신 범죄자로 전락한 스네이크(커트 러셀)를 사면을 조건으로 출동 시켜 강력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뉴욕 탈출>(1981). 극중 호크역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는 연기자가 리 밴 클리프. <황야의 무법자>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단골 출연자로 명성을 얻었던 리 밴 클리프는 존 감독이 레오네 감독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리 밴 클리프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 <고질라>로 각색된 일본 괴수 영화 <고지라>(1954) 열혈 팬이다. 카펜터 감독이 공포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데 절대적 창작 도움을 준 영화로 추천하고 있다. 비평가들의 호평을 얻은 <괴물>(1982)이 관객들로부터는 철저하게 외면당해 흥행 실패작으로 귀결됐을 때 경제적 타격 못지 않게 영화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순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밥 클라크 감독의 <블랙 크리스마스>(1974).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는 기숙사에 여대생을 짝사랑하는 정체모를 괴한이 침입해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공포 스릴러. 카펜터 감독은 히트작 <할로윈>(1978)을 제작할 수 있는 창작 아이디어를 제공한 작품이라고 밝힌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트럭운전수 잭 버튼과 중국계 청년 왕 치가 악령들과 선악의 결전을 치른다는 코믹 판타지극이 <빅 트러블>(1986). 존 카펜터는 사운드트랙을 통해 중국의 주술적 분위기를 전달 시켜 주겠다는 의욕을 갖고 록 밴드 ‘쿠페 드 빌’을 결성한다. 밴드 멤버로는 <할로윈 3>(1982)의 연출자 토미 리 월리스, 마이클 마이어스역의 닉 캐슬도 합류한다. 탄광 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러 위해 LA 지역을 전전하다 어느 신부로부터 곧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설교를 듣는다. 이후 신부의 예언처럼 LA는 해골 모양을 한 외계인들에 의해 점령 당하고 도시 곳곳은 폐허로 변한다는 SF 스릴러가 <화성인 지구 정복>(1988).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영화는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첵이 기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히면서 대중적 공감을 얻어낸다.

해체 통고를 받은 LA 13지역 경찰 지구대. 이곳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는 거리의 갱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고속도로 순찰대, 지구대 여비서, 2명의 형사 사건 용의자가 의기투합해서 범죄 집단과의 일대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 <분노의 13번가>(1976). 색다른 소재를 다룬 액션, 범죄 스릴러로 흥행가 찬사를 얻은 이 작품의 긴박감을 더해준 배경 음악은 은 의 솜씨. 독일 출신으로 현존하는 최고 영화 음악가로 공인 받고 있는 한스 짐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트랙으로 강추해 주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나는 불어로 ‘작가 an auteur’, 독일어로 ‘감독 a filmmaker’, 영어로는 ‘장르 감독 a genre film director’, 미국에서는 ‘건달 a bum’로 각각 불리고 있다.

현대는 어느 나라든지 과도한 폭력 때문에 사회적 골치를 썩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것처럼 이제 폭력도 우리가 일상적인 일로 포용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