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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에피소드로 읽는 세계 영화 감독 열전... 34. 존 포드(John Ford)

촬영장에서 배우들에 온갖 모욕적 말투
  • 존 포드 감독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1894년 메인 주 엘리자베스 만 출생. 1973년 사망. 향년 79세.

‘위대한 미국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니고 있는 감독. 본명은 존 마틴 피니. 포드 자동차 이름에서 예명을 차용해 ‘존 포드’라 명명한다. 바로 윗 형 프랭크가 배우로 활동한 덕분에 영화계에 기웃거리게 된다. D.W.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 탄생>(1915)에서 백인 우월주의자 k.k.k 단원으로 출연한다. 칼 래믈이 창립한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서부극 소품 담당자를 비롯해 촬영 등 제작 전반에 걸쳐 업무를 숙지한다. 이것이 50여년 동안 무려 140여편의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 한다. 칼 래믈은 서부극 연출자를 추천해 달라는 동료 제작자 부탁을 받자 흔쾌히 존 포드를 소개한다. ‘목소리가 우렁차서 레디 고! 소리가 일품일 것’이라는 이유로 강력 추천을 받았다.

  • <아파치 요새>에서는 나바호 출신 인디언 전사 200여 명을 직접 출연시켜 극적 사실감을 높여 준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부어 ‘독재자’라는 악평을 들었다. 20여편에서 호흡을 맞춘 존 웨인도 감독이 퍼붓는 폭언을 피할 수 없었지만 B급 배우로 전전하던 그가 톱 배우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존 포드 감독이 감추어진 연기 재능을 발굴해준 공덕을 빼놓을 수 없었다고. 촬영장에서 존 포드는 폭군이었다. 배우들 엉덩이 걷어차기, 연기력에 대해 혹평하기, 수십차례 NG를 내서 연기자의 심신을 피폐화시키기 등 온갖 심술을 부려 배우들은 그에 대해 사디스트라는 악명을 보낸다. 팀워크를 이루었던 스태프, 연기자들은 존 포드 감독이 폭군과 같은 악행을 다반사로 벌였지만 존 웨인, 헨리 폰다, 모린 오하라, 워드 본드, 제임스 스튜어트, 해리 카니, 존 캐라딘 등의 연기자들은 숨어 있는 끼를 도출해내 스타급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뛰어난 능력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칭송을 보내고 있다.

<롱 그레이 라인>(1955)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이 미국 정예 장교 배출학교 웨스트 포인트를 이수해 미국 국가 장교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 히어로역을 맡은 타이론 파워는 촬영장에서 은밀하게 감독과 동성애를 벌이는 장면은 여주인공 모린 오하라에게 발각된다. 이 사건 이후 감독을 둘러싸고 이전에 나돌았던 ‘동성애자라는 혐의’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오손 웰즈는 <역마차>(1939)를 수십번 반복해서 관람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애리조나와 유타 경계에 걸쳐 있는 모뉴멘트 밸리를 단골 촬영지로 활용해 이 지역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기회를 제공한다. 1953년 백내장 수술 이후 관리 소홀로 인해 시력이 극도로 악화돼 연출 후반부에 안대를 하고 등장해 ‘애꾸눈 잭’이라는 별칭을 부여받는다.

존 포드 감독은 극과 극을 오가는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면서 구설에 올라 가십 뉴스를 제공한다. 1938년 나치즘의 이념 전도자를 자처했던 레니 리펜슈탈을 자택으로 초대해 만찬을 제공, 공산주의자라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1947년 들어서는 메인 주 공화당원이라고 밝힌다. 1950년대 미국 정치, 사회, 문화계를 강타했던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인 매카시즘이 위세를 떨칠 때는 ‘공산주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영화인들을 모두 나한테 보내, 내가 스태프로 채용할 테니’라고 호기를 부린다. 1973년 닉슨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시민에게 수여되는 최고 명예 훈장 ‘자유 메달’ 시상식장에서는 ‘닉슨 대통령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있기를’이라는 소감문을 밝혀, 극우보수주의자라는 점을 확인시킨다.

<아파치 요새>(1948)를 촬영할 당시 아파치족역을 위해 나바호 출신 인디언 전사 200여명과 부녀자 100여명을 특별 출연시키면서 이들은 ‘천부적 연기자들’이라고 격찬을 보낸다. 서부 영화에 인디언들을 직접 출연시키는 전례는 존 포드가 최초로 알려졌다. 특히 나바호 인디언 주술사 ‘올드 팻’은 날씨를 정확하게 맞혀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많은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드 팻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촬영날 폭우가 쏟아지는 돌발 사건이 발생한다. 일기 예보가 틀린 것에 대해 이유를 묻자 올드 팻은 ‘나에게 일기 정보를 주고 있는 사람이 갖고 있던 라디오가 고장이 났다고 하네요!’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아 주변의 실소를 자아냈다고 한다.

존 포드 감독에 의해 캐스팅됐던 배우나 스태프는 한번 이상 아코디온으로 연주되는 ‘Red River Valley’ ‘Bringing in the Sheaves’ ‘My Buddy’를 듣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평생 영화 동지 관계를 이루었던 존 웨인에게 ‘거대한 바보’라고 모욕적 지칭을 했으며 <미스터 로버츠 Mister Roberts>(1955) 촬영 당시에는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촬영 도중 주먹 다짐을 하는 돌출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나는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싫다.

영화를 촬영해 나가는 것은 미스테리 혹은 예술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 나가는 과정이다.

배우가 카우보이 역할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카우보이가 연기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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