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넘치는 연출력... 화가로도 재능

182cm 장신의 캐스린 비글로 감독(오른쪽 둘째)이 촬영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로 연기 지도를 하는 모습.

1951년 11월 27일 캘리포니아 주 산 카를로스 태생.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21세기 할리우드에서 남성 못지 않는 강력한 메시지의 영화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여류 영화 감독이다. 10대 시절 샌 프란시스코 아트 연구소에서 2년 동안 그림 연수를 받은 전력이 있을 정도로 프로급 화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컬럼비아 예술 대학에서 영화 이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이수한 뒤 1979년 졸업한다. 재학 시절 리처드 세라, 로버트 라우센버그, 수잔 손탁 등으로부터 영화 이론 및 실기 테크닉을 전수받는다. 영국의 전위예술 그룹 ‘예술과 언어’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영화과 재학 시절 그녀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장학생으로 선발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도 교수가 밀로스 포만이다. 체코 출신의 포만은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1975), <헤어>(1979), <래그타임>(1981), <아마데우스>(1985), <발몽>(1989), <래리 플린트>(1996) 등 숱한 히트작을 발표한 흥행 예술 감독이다. 장편 데뷔작 <사랑 없는 사람들>(1983)에서 성격파 배우 윌렘 대포우를 폭주족으로 출연시켰으며 <죽음의 키스>(1987)에서는 제시역의 랜스 헨릭슨을 뱀파이어로 등장 시키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아낸다.

<블루 스틸>(1990)에서는 여성 경찰 제이미 리 커티스가 강력 사건에서 겪는 곤혹스런 일화를 묘사했고 <폭풍 속으로>(1991)에서는 비밀 경찰 키아누 리브스가 서핑 강도단의 두목 패트릭 스웨이지를 수사해 나가면서 그에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을 제시해 남성 감독들이 득세하는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공인받는다. 원근법 촬영으로 극중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촬영 테크닉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블루 스틸>(1990)에서 범인을 추격할 때,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에서 전직 경찰이 뉴욕 뒷골목에서 뇌파 신경 자극 장치 ‘스퀴드’를 은밀하게 팔러 다닐 때, <포인트 브레이크>(1991), <허트 로커>(2008) 등에서 자동차 추격 장면을 보여줄 때 이 같은 테크닉을 볼 수 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액션 장면에서는 슬로 모션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묘사한 <허트 로커>(2008)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전쟁, 액션극으로는 최초로 2010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여받는다. <허트 로커> 공개 이후 미국 정부는 캐스린 비글로와 시나리오 작가 마크 보울이 테러리스트 빈 라덴에 대한 1급 기밀 정보를 입수해 각본을 구성했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 제공처인 CIA를 국가 기밀 누설죄로 소송을 제기하는 소동을 벌인다. 2010년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1991년 결별한 전 남편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와 작품, 감독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모두 캐스린이 차지하는 성과를 얻는다.

아카데미 감독상 부분에서 여성으로 지명 받았던 감독은 리나 베르뮬러, 제인 캠피온, 소피아 코폴라, 그레타 게르위그 등. 5번째 지명자인 비글로가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 감독상 수상자로 등극된 것이다. <제로 다크 서티>는 CIA 여성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무려 10년에 걸쳐 테러리스트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과 그 와중에 겪는 심리적 고통을 다루고 있다. 아랍 테러리스트 소통 작전을 다룬 <허트 로커>(2008)의 제레미 레너는 아카데미 남우상 후보, <제로 다크 서티>(2012)의 제시카 채스테인은 아카데미 여우상 후보로 각각 지명받았다. 2010년 시사 주간지 ‘타임’으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명단에 선정된다. <와일드 번치 >(1969), <비열한 거리>(1973),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터미네이터>(1984),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모든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 목록으로 추천하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할리우드에서 여성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여러 제약이 있다. 난 2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극복했다. 하나는 나의 성적 정체성은 변경할 수 없다. 또하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영화 만들기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나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아주 위대한 기회이다.

순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고 장편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은 영화를 모든 예술을 포용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주 추악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다수 남자들은 비극적 전쟁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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