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서 수다스럽지만 흥행엔 천부적 감각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가, 배우, 프로듀서, 감독. 1963년 3월 27일 테네시주 크녹스빌 태생. 본명은 쿠엔틴 제롬 타란티노.

부친 토니 타란티노는 이태리 이주민 출신으로 배우로 활동한 전력을 갖고 있다. 시나리오와 메가폰을 맡은 <저수지의 개들>(1992)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계에 재기 넘치는 감독 탄생을 예고시킨다. 중학교 중퇴 후 지방 포르노 극장 ‘푸시캣 라운지’에서 좌석 안내원으로 일한 전력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맨해튼에 위치한 비디오 대여점 ‘비디오 아카이브’의 점원으로 5년여 동안 일하면서 수천 편의 비디오를 관람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 히트작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장면으로 영상을 바꾸며 발표하는 영화마다 열혈 마니아층을 확보하게 된다. 자작 시나리오 ‘트루 로맨스’가 토니 스코트, ‘내추럴 본 킬러’가 올리버 스톤 감독에 의해 차례대로 영화화되면서 타란티노의 존재감을 인정 받게 된다.

여러 히트 영화에서 들려왔던 대사와 영상 기법 등을 다양하게 차용해서 공개한 <펄프 픽션>(1994)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으면서 타란티노를 인디 영화의 선두 주자로 부각 시킨다. 미국의 이라크 군사 침공 당시 독재자 사담 후세인 궁전에서 <펄프 픽션> DVD가 발견돼 영화가 토픽을 제공한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은 2차 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혼합시켜 재기 넘치는 타란티노의 연출력이 재차 스포트라이트를 이끌어낸다.

철저한 복수극을 소재로 한 <킬 빌>은 타란티노 특유의 영화적 감각을 내세워 전 세계적인 히트작이 된다.

<저수지의 개들>이 공개될 당시 홍콩 임영동 감독의 <용호풍운>은 철저하게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예계 진출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던 그는 1987년 킥복싱 챔피언 출신 액션 배우 돌프 룬드그렌의 운동 권유 비디오 <맥시엄 포텐셜>의 조연출자로 참여한다. 당시 감독인 존 랭글리는 ‘타란티노는 늘 수다스러웠고 어수선한 행동을 자행해 촬영장을 산만하게 만든 장본이이었다. 제작자가 해고 요청을 할 정도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1988년 11월 방영된 시트콤 <골든 걸스> 결혼식 장면에서 축가를 부르는 엘비스 프레슬리역으로 출연했다. 돈이 궁했던 그는 촬영장에 엘비스가 현역 시절 착용했던 흰색 복장을 하고 등장해 여러 명의 지원자를 따돌리고 배역을 따냈다. 초창기 드라마 <지니를 꿈꾸다> 에서 간단한 식사, 물통, 간식 등을 넣을 수 있는 도시락 가방, <듀크 오브 해저드> 시리즈 1981년 방영분에서는 극중 제시 삼촌 농장에서 보드 게임이 진행된다. 이들 장수 드라마에서 소품으로 등장했던 도시락 가방과 보드 게임 기구 등은 그가 애착을 보이고 있는 수집품 중 하나이다. 보드 게임 판을 수집하는 와중에 극중 보안관 로스코 콜트레인역을 맡았던 제임스 베스트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는데 이런 계기가 영화계 진출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전해진다.

15살 때 동네 편의점에서 엘모어 레너드의 소설 <스위치>를 훔쳐서 읽었는데 원작은 훗날 <재키 브라운>을 연출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애용되는 시리얼 ‘켈로그’를 탐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 마광수는 손톱 긴 여자와 발가락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낀다고 공개한 바 있다. 타란티노도 여성의 발가락에서 극대화된 성적 자극을 받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펄프 픽션> <킬 빌>에서 우마 서먼이 맨발로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 <황혼에서 새벽까지> 중 마녀 셀마 헤이엑의 발에 묻은 독주(毒酒) 테킬라를 혀로 핥아 먹는 장면, 미국 톱 모델들 중 가장 예쁜 발가락을 선정하는 ‘발가락 페티시 스페셜’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 등이 발가락에 집착하는 증거로 언급되고 있다. 영화 주인공들이 ‘제너럴 모터스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차종은 쉐르빌, 캐딜락, 1974년형 노바, 1960년산 말리부 등이다.

자동차 내부 트렁크를 보여주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유럽 명품 국가 네덜란드 요소를 즐겨 활용하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1992) 오프닝 곡 ‘Little Green Bag’을 불러준 조지 베이커 셀렉션의 주요 노랫말을 담당한 제르브랜드 비젤, 벤자미노 보웬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팀 로스가 맡은 ‘프레디 뉴완다이크’는 네델란드인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성(姓)씨 뉴웬다이크를 영어식으로 번역한 것이다. 팀 로스의 암호명은 ‘미스터 오렌지’. 오렌지는 네덜란드 왕족을 뜻하는 색상이자 귀족 가문을 상징하는 성씨이다.

<펄프 픽션>에서는 도시 암스테르담에 대해 언급하는 대사가 등장하고 있으며 빈센트 베가는 ‘네덜란드 산 담배 샤스’를 즐겨 피우고 있다. 이외 <재키 브라운>(1997)에서 루트거 하우어의 신부 이름이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는 네덜란드 왕비 이름이다.

카메오 출연을 즐기고 있다. <저수지의 개들>(1992)에서 미스터 브라운역, <펄프 픽션>(1994)에서 지미 딤믹역, <재키 브라운>(1997)에서 엔서링 머신 목소리, <그린하우스>(2007)에서 강간범역, <데스 프루프>(2007)에서 워렌 역으로 각각 얼굴을 비치고 있다. ‘사무라이 칼’(카타나)는 서구 사회에서는 ’멜리 무기’로 알려졌다. 이 소품은 <펄프 픽션>(1994)에서 버치가, <킬 빌>에서는 신부(우마 서먼)이 호신용으로 각각 사용하고 있다. 이외 <새벽에서 어둠까지>(1996)에서도 조지 클루니가 창을 장착 시켜 잭해머로 쓰고 있는 장면이 보여졌다. <펄프 픽션>(1994)의 우마 서먼, <재키 브라운>(1997)의 팜 그리어, <킬 빌 2>(2004)의 다릴 한나 등 여성 주인공들은 ‘흑백 팬티’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복수’는 대부분의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공통 주제’로 설정되고 있다. 1997년 11월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배우 돈 머피를 레스토랑에서 구타해 5백만 달러의 소송을 당한다. <마노: 운명의 손>(1966), <스타 트렉: 칸의 복수>(1982)를 가장 감명 깊은 작품으로 손꼽고 있다. <킬 빌 1>(2003)에서는 <스타 트렉>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 감독들로 마틴 스콜세즈, 브라이언 드 팔마, 세르지오 레오네, 장 뤽 고다르 등을 추천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관객은 마조히스트, 감독은 사디스트 성향을 갖고 있다.

영화는 나의 종교이며 신은 나의 후원자이다. 영화를 촬영할 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으며 난 영화를 위해 기꺼이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대가 영화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주 착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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