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남자배우인데도 “참 예쁘다”는 탄성이 저절로 나올 비주얼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연출 이나정, 극본 이아연 서보라)과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극본 노혜영 고내리, 연출 민진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우 은 장동건, 원빈 조인성 강동원으로 이어져오는 대한민국 최고 미남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한 신선한 새 얼굴이다. ‘좋아하면 울리는’ 공개 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은 스물다섯이라는 나이가 의외라고 느껴질 만큼 교복이 더 어울리는 수줍고 해맑은 소년이었다.

천계영의 동명 인기 만화를 드라마화한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 앱이 개발되고, 알람을 통해서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투명도 100% 로맨스를 그린 청춘멜로물. 은 가슴에 트라우마가 있는 부잣집 아들 황선오 역을 맡았다. 선오는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한 조조(김소현)를 두고 절친 이혜영(정가람)과 삼각관계에 빠져든다. 은 드라마 속에서 아직 연기는 서툴지만 빛나는 비주얼과 거부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선오와 혜영 역할 모두 열어놓고 봤어요. 둘 다 자기만의 매력이 넘쳐 욕심이 나더라고요. 오디션 때 감독님에게 그냥 저를 보여드렸는데 선오 역할에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셨어요.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선오는 저와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어 잘 표현할 수 있을 듯했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맞춰 잘 각색해 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아직 제가 신인인데 제 의사를 많이 반영해주시고 늘 기다려주셨어요. 지난 겨울 촬영했는데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감독님이 저를 얼마나 배려해 줬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제 연기는 참 많이 아쉬웠어요. 지금 다시 찍으라고 하면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 드라마 초반 나이는 다섯 살 어리지만 연기경력으로는 대선배인 김소현과 아찔한 키스신을 선보인다. 아직 고교생인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또래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부모세대들에게는 충격을 전한다. 아버지뻘인 기자가 “요즘 고등학생들은 저러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얼굴이 빨개진 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시간이 꽤 지나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제 또래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걸로 기억해요.(쑥스러운 미소) 키스신은 촬영 전에는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빨리 끝났어요. 소현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역시 대선배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감정을 잘 이끌어줘 집중하며 촬영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소현이를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났는데 신기하고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평범한 학생이었을 때 TV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아역배우잖아요?(웃음) 만나기 전에는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야기도 잘 통하고 성격도 좋아 금세 친해졌어요. 제가 배우로서 성장을 좀더 한 후 꼭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극중에서 황선오는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처럼 찾아온 첫사랑에 어린 시절부터 함깨 해온 ‘영혼의 단짝’ 이혜영과의 우정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혜영이 조조를 짝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조조에게 대시한다. 는 “실제 이런 상황이 다가온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묻자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라면 그렇게 못할 듯해요.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가 되는 버팀목 같은 친구가 좋아하는 걸 알면 마음을 접을 듯해요. 극중 혜영처럼 멀리서 지켜보겠죠. (한참 고민하다) 그러나 모르죠. 아무리 마음을 접으려 해도 자꾸 생각이 나고 심장이 울리면 어떻게 할지는 실제 상황이 돼봐야 알 수 있을 듯해요. 저에게는 이 세상 뭐와도 바꿀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친구들이 서네 명 있어요. 늘 절 응원해주죠. 스케줄이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의지가 돼요.” 은 스무 살 때 영화 ‘타아타닉’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눈빛에 반해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디캐프리오의 모든 영화를 보며 그를 닮고 싶어 했던 그는 최근 롤모델이 바뀌었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만난 선배 정경호가 그 주인공. 은 정경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상기된 표정으로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경호 선배님처럼 폭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선배님은 정말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선배님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카메라 앞에 서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힘을 다 빼고 연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인간적으로도 정말 따뜻하세요. 무심한 듯하면서도 잘 챙겨주셔 감동한 적이 많아요. 촬영장에서 선배님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카메라 앞에 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태프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정경호 선배님을 만나기 전 무작정 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선배와 만난 후 진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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