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아직 소년이지만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최근 종방된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극본 윤경아, 연출 심나연)에서 얄미운 악역 기태 역으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배우 은 스무 살이란 나이에 맞지 않게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은 활짝 웃으면 학교 운동장 농구 코트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년 같지만 정색을 하면 성숙한 남자의 느낌이 물씬 났다. 1999년생.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벌써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낼 포텐셜을 지니고 있었다.

‘열여덟의 순간’은 고등학생들의 삶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담은 작품. 은 학교 절대 권력자 마휘영(신승호)과 함께 착한 주인공 최준우(옹성우)를 괴롭히는 이기태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진짜 얄미웠다”고 드라마를 본 소감을 기자가 말하자 은 민망한지 폭소를 터뜨렸다. “제가 드라마 속에서 얄미움을 담당했는데 그랬다니 만족스러운데요.(웃음) 기태는 어찌 보면 악역이지만 여자 친구 소예 앞에서는 순정파인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연기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소예 앞에선 무릎 꿇고 손 드는 모습이 진짜 귀여웠죠. 시청자들에게는 얄밉게 보였겠지만 기태에게도 남다른 사정이 있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의 기회가 없으니 마휘영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못된 일을 도맡아 한 거예요. 마지막에 반성을 하고 준우에게 사과를 해서 다행이에요.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동국대 연극영화과 새내기가 된 은 ‘열여덟의 순간’ 전에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 경험이 전혀 없다. 4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기태 역할에 캐스팅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꿈꿔 온 배우의 꿈이 실현된 것. 첫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모든 촬영이 끝나니 정말 아쉽더라고요. 감독님과 형 누나들과 헤어지는 게 정말 서운했어요. 특히 옹성우, 신승호, 김도완 형, 제 파트너 문예주 누나와 정말 많이 친해졌거든요. 평생 따르고 싶은 형들을 만난 기분이에요. 옹성우 형은 정말 맏형답게 리더 역할을 잘 해줬어요. 늘 유쾌하게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줬죠. 좋은 형의 표본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중에 저도 나이 들면 저런 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파트너 예주 누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누나가 동안이어서 그렇지 사실 저보다 7살 많으세요.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저를 잘 이끌어줬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드라마가 화제 속에 끝났지만 의 삶은 변한 게 없다.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위해 2학기는 휴학을 결정한 그는 수많은 미팅과 오디션을 다니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틈틈이 많은 책을 읽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자기계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 “드라마가 시작된 후 유명세를 경험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거리에 나가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요. 촬영 중 기태와 비슷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나갔을 때 알아봐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신기했어요. SNS 팔로워가 조금 늘긴 했어요. 제가 좀 더 노력해야죠 뭐.(웃음)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서 주위 반응은 다행히 나쁘지 않았어요. 제 친구들은 대부분 연기 전공하니 아주 객관적인 모니터를 해줘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정확히 이야기해주곤 하죠. 부모님은 역시 매우 좋아하세요. 그런데 남동생은 아무 관심이 없네요.(폭소) 그 아이도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데 별 이야기가 없어요.”

의 배우로서 장점은 186cm의 훤칠한 키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여백이 가득한 외모. 평범한 듯하면서도 순간순간 눈빛이 비범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는 사람이었다. 실제 성격은 어떨지, 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실제 성격은 밝고 유쾌하고 명랑해요. 기태 같은 여우는 절대 아니에요. 절대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가 제 생활 모토예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세운 원칙은 꼭 지키라고 말씀하셨어요. 배우로서 꼭 지켜야 할 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촬영시간에 절대 늦지 말고 대사는 완전히 다 외워 가려고 노력해요. 이런 내 신념을 지키다 보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3학년 때 연극무대에 우연히 선 후 그 희열이 잊혀지지 않아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정말 연기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저를 적극 지지해주셔 가능한 일이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장 존경하는 연기자는 조승우 선배님이에요. 선배님처럼 항상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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