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빠져드는 집밥같은 힐링 드라마

배우 강하늘(왼쪽)과 공효진.

볼수록 매력있는 사람을 가리켜 ‘볼매’라고 부른다. 안방극장에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볼매’ 드라마가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첫방송,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이다. 제목부터 왠지 순수하지만 촌스러운 느낌을 금할 수 없는 이 드라마는 내용 역시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의 꾸밈없고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장이 특산물인 시골마을 웅산에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미혼모 동백(공효진)과 직진밖에 모르는 열정적인 시골경찰 용식(강하늘)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시골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순박하지만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드라마 트렌드에 맞을까라는 기우도 잠시, ‘동백꽃 필 무렵’은 최근 가장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연일 시청률 상승중이다. 시청률 6.3%로 시작한 이 작품은 9일 14회 시청률 13.1%를 보이며 부동의 수목극 1위를 고수중이다. 경쟁 치열한 드라마 시장에서 대규모 제작비 투입이나 현란한 장치 없이도 인기 드라마로 등극한 비결은 뭘까?

공효진-강하늘, 이렇게나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호흡이라니

역시 남녀주인공의 찰떡 호흡이 가장 큰 힘이다.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로 보수적인 시골마을에 내려와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 역의 공효진은 ‘믿고 보는 생활연기의 달인’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씩씩하지만 동시에 여리고 상처 많은 동백 역을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하고 있는 공효진은 툭툭 내뱉듯 힘들이지 않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다. 자신을 해바라기 사랑하는 용식에게 스며들 듯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만의 물흐르는 듯한 표현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거침없이 동백에게 돌진하는 용식 역의 강하늘은 그간의 지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사투리 연기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동백씨 지는요~’를 연발하며 순수 총각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군 제대 후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소년같은 때묻지 않은 모습이 강하늘만의 매력이다.

오정세 염혜란 김선영 고두심…믿고보는 연기자들의 활약

동백과 용식의 로맨스의 주된 ‘장애물’로 자리하는 주변인들의 모습도 큰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작은 마을을 둘러싼 권력관계와 소문,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아내며 작품을 맛깔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끊임없이 동백 주위를 맴돌며 지질함을 마다하지 않는 유부남 노규태 역의 오정세는 용식 역의 강하늘과 갈등을 빚으며 드라마의 큰 재미요소로 자리한다. 오정세 특유의 소심하면서도 허세부리는 인물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규태 아내 역의 염혜란은 동네의 엘리트 변호사 역으로 차갑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편을 사랑하는 인물로 동백과 규태가 아무 관계도 없음을 자신의 직감으로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장면으로 웃음을 안겼다. 동백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은 동네 주민 박찬숙 역의 김선영과 한때 동백과 절친이었지만 아들이 동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색해져버린 시장번영회장 곽덕순 역의 고두심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든든하게 작품을 받쳐주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젊은 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힐링 포인트’ 자극

‘동백꽃 필 무렵’의 실제 촬영지는 포항 구룡포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시청자들을 드라마를 통해 복잡한 도시생활을 잠시 잊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동백과 용식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소박한 이야기도 마음에 위안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순수 열정의 파급력이 코믹하면서도 따뜻함을 자아내면서 왠지 계속 먹고 싶은 꿀단지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특별할 것 없지만 집밥같은 매력을 보여주는 ‘동백꽃 필무렵’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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