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찾아 “도전적 연기 하고 싶다”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운데).

“도전적인 연기를 하고 싶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춘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주연작 영화 ‘더 킹:헨리 5세(감독 데이비드 미쇼)’가 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면서 첫 내한한 그는 8일 진행된 ‘더 킹:헨리 5세’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 킹: 헨리 5세’는 자유롭게 살아가던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이 왕좌에 올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며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티모시 샬라메는 왕궁을 등진 채 방탕한 생활을 즐기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헨리 5세로 즉위하게 된 젊은 왕 할 역을 맡았다. 앞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티모시 샬라메는 이번 작품을 영화제에서 예매 시작 1분여 만에 매진시키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뜨거운 열기를 몰고 왔다.

“2002년에 월드컵을 본 기억이 난다. 한국에 오래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오게 돼 기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미국인인 그가 영국 왕 역할을 맏아 영국식 영어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뉴욕에서 연기 학교를 다녔다. 수많은 스승이 있었는데 항상 그분들이 말했던 것이 ‘힘든 배역을 추구하고 자기 역량을 벗어난 배역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미국인으로서 영국 왕 연기를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하는 연기가 있고 육감적인 연기가 있는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뷰티풀 보이’ 때는 제 육감에 맡겼다면 이번에는 의도를 가지고 연기했다. 할은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 떠밀려 있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상황에 놓였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당시의 남성성과 정치적인 시스템이 이 인물에게 어떤 부담을 줬는지 등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드러나게 연기하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귀띔했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아쟁쿠르 전투였다고. 그는 “두 번의 전투신 리허설을 3주 정도 했는데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처음엔 ‘스타워즈’의 광선검 장면 같다며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실제로 검을 휘두르고 진흙탕에서 싸우는 느낌을 내야 했다. 다시 연습했고 촬영에서 정말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처럼 열연했다”고 들려주었다.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 6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티모시 샬라메는 해운대의 한 치킨 가게에 깜짝 등장해 SNS에서 큰 이슈가 됐다. 우연히 만난 팬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팬서비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양념 프라이드 치킨이 좋았다”라고 웃음지으며 “이렇게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구상되기 시작한 2013년 당시에 티모시 샬라메는 중학생이었다. 6년만에 훌쩍 청년으로 성장한 그에 대해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다른 감독들처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좋아한다. 할의 역할을 찾고 있었던 시기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개봉한 것이 운이 좋았다. 젊은 배우가 영혼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성이 풍부한 젊은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극찬했다.

이에 티모시 샬라메는 “미국인으로서 영국적인 셰익스피어 원작 작품을 연기하는 것이 도전이었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애니멀 킹덤’의 팬이고 조엘 에저턴(극중 헨리 5세의 절친 팔스타프 역을 맡은 배우)과도 작업하고 싶었다. 이들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 베니스, 런던, 부산영화제에 왔고 곧 호주에도 갈 거다. 어렸을 때 전세계를 돌면서 영화를 홍보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들려주었다. 한편, 넷플릭스가 제작한 ‘더 킹:헨리 5세’는 극장 상영이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각본에도 참여한 조엘 에저턴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작은 스크린으로 보여주니 미학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감독은 없다. 궁극적으로 큰 스크린으로 갈 가능성은 있으니까 항상 최선을 다한다”라며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에 극장 가서 본 게 몇 편인가? 영화가 좋으면 포맷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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