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자가 사랑을 하면 화색이 분홍빛이 되나 보다. 영화 ‘두 번 할까요’(감독 박용집, 제작 ㈜영화사울림)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은 이달 초 웨딩마치를 울린 새색시답게 얼굴에 함박미소가 가득했다. 특유의 ‘다크 포스’는 사라지고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충만했다. 미모가 만개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예뻐진 얼굴에 “나 행복해요”라는 문구가 써져 있는 듯했다.
17일 개봉된 영화 ‘두 번 할까요’는 미성숙한 두 남녀가 질긴 인연으로 이혼 후 다시 한 번 엮여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보다 코미디의 성격이 강한 작품 속에서 은 원치 않은 싱글라이프에 지친 선영 역을 맡았다. 권상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 아내 선영와의 악연으로 속을 끓이는 현우, 이종혁이 의도치 않게 두 남녀 사이에 끼게 된 상철 역으로 등장해 과 호흡을 맞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배우로서 다시 전성기를 달리는 은 ‘두 번 할까요’가 데뷔 23년 만의 첫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감격스러웠단다. “언제나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어둡고 센 작품들이었어요. 그런 가운데 ‘두 번 할까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정말 기뻤어요. 시나리오도 재미있어 받은 지 한 시간 만에 하겠다고 말했어요. 감독님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주인공이 밝고 즐거운 환경 속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저에게 책을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권상우, 이종혁 오빠는 정말 최고였어요. 두 분이 정말 가정적이세요. 만날 단톡방에 아이들과 놀러간 사진 올리시는데 매번 답하는 게 짜증날 정도였어요.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빠들을 보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주위 사람들을 조르기 시작했는데 첫 소개팅서 남편을 만났어요. 그래서 ‘두 번 할까요’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영화가 공개된 이후 선영 캐릭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남편에 대한 미련을 도무지 버리지 못하는 데다 성격이 민폐라고 말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기 때문. 이 워낙 출중한 ‘연기파 배우’인 덕분에 설득력이 다소 생긴 느낌이 들 정도다. 은 이런 지적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냥 웃자고 만든 코미디에 왜 분석을 그리 하는지 모르겠어요. 선영은 아직 어른이 덜 된 미성숙한 사람일 따름이에요. 남녀가 싸울 때 어른스럽게 싸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요? 이혼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존심이 너무 세 제대로 말도 못하고 이혼식을 하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게 된 거죠. 연기하면서도 안타까웠어요. 전 선영과는 매우 다른 사람이에요. 선영은 청소도 잘 안하고 게으르죠.(웃음) 전 반대예요. 촬영 마치고 집에 들어와 아무리 힘들어도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다 하고 자는 성격이에요. 청소가 취미라고 할 정도로 집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할 정도로 늘 쓸고 닦아요. 요리도 잘해요. 어렸을 때는 평소 쉴 때 음악을 들었는데 요즘은 요리 영화나 요리 프로그램을 봐요. 오죽하면 남편이 결혼하고 나서 살이 쪘겠어요. 남편이 얼마 전 ‘반도’ 촬영장에서 강동원 보고 오는데 집에 오면 살찐 내가 있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과 권상우는 의외로 ‘두 번 할까요’가 처음 호흡을 맞추는 작품.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미 권상우 캐스팅이 이미 결정돼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믿고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아무리 베테랑 배우여도 첫 로맨틱코미디이기에 고민이 많았을 터. 파트너 권상우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긴장을 풀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단다. “영화 초반부 설렁탕 먹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숟가락 든 손이 흔들릴 만큼 덜덜 떨었어요. 그럴 때 오빠가 저에게 큰 힘이 돼줬어요. 연기를 정말 능청스럽게 잘하시니까 저도 상황에 금세 녹아들 수 있더라고요. 애드리브도 정말 잘하세요. 실제 결혼 생활이 묻어난 연기가 나와 모두 많이 웃었어요. 이종혁 오빠는 예능에서 보신 그대로예요. 정말 재미있으시고 따뜻하세요. 결혼 발표를 앞두고 두 오빠에게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렸어요. 상우 오빠는 ‘니가 그래서 촬영 끝나고 곧장 집에 갔구나’라고 말하더라고요. 남편을 처음 만난 건 촬영이 거의 끝났을 무렵이었어요. 강아지 보러 일찍 집에 들어간 거였는데 오해를 하시네요.(웃음)”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KTH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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