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위기 직장인들의 ‘고군분투기’

tvN ‘청일전자 미쓰리’ 출연진.

“연기로 직장인 경험을 처음 하게 됐다. 늘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기분을 알 것만 같다.”(배우 이혜리)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이혜리가 타이틀롤로 나선 케이블 TV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가 14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한동화 PD와 더불어 이혜리, 김상경, 엄현경, 차서원, 김응수, 현봉식, 이화룡, 박경혜, 백지원, 이초아, 김도연, 김기남 등 배우들도 모두 참석했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청일전자’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오피스 드라마. 말단경리에서 한순간 대표이사로 등극한 이선심(이혜리)과 까칠한 상사 유진욱(김상경) 그리고 오합지졸 직원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작품이다.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방송 2회만에 시청률 3%를 돌파했고,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3.9%)을 경신하며 조금씩 안방극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극중 사장이 도망가면서 회사가 망할 위기를 맞아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부는 등 현실 공감도 높은 전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동화 PD는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사건이 아닌 정서와 감성, 희로애락에 포인트를 둔 작품”이라며 “천천히 느리게 가면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감정적으로 증폭될 것이고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올 테니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김상경은 “현실을 잊게 해주는 드라마도 있겠지만 우리 드라마는 현실을 많이 보여준다. 어쩌면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타이틀롤을 맡아 주인공 이선심 역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혜리는 직장인의 애환을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사직서를 품에 가지고 다니는 그 기분을 알 것 같더라.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하루하루 버티고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에 만족스러워하며 “제가 스스로 연기 점수를 매길 수는 없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반응을 얻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을 배경으로 대기업의 갑(甲)질, 직원들의 씁쓸한 현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현실 밀착형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 작품은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얻는 것과 동시에 ‘실제 내 회사 생활을 보는 것 같아 갑갑하다’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 PD는 “정서나 감정을 너무 빨리, 쉽게 결론을 내기보다 사람 관계를 천천히 드러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칫 답답하다 느낄 수 있지만, 중후반부로 가면 전개가 빨라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회를 기점으로 반환점을 돈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청일전자의 전 사장 오만복(김응수)의 행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응수는 “오만복은 대기업 갑질의 피해자이자 회사를 부도낸 리더(갑질의 가해자)다. 6회까지의 흐름을 보면 우리 미쓰리 사장님을 잘 모시고 개과천선해 남은 여생을 잘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영화 ‘타짜’에서 자신이 맡은 곽철용 역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데 대해 “영화 ‘타짜’의 곽철용 캐릭터가 유행하면서 요즘 배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곽철용 열풍이 ‘청일전자 미쓰리’에 큰 힘을 실어줄 것 같았는데, 시청률로 못 미쳐서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곽철용 열풍을 어떻게 드라마로 연결시킬까, 그것이 지금 오만복으로서 고민”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상경은 이 작품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 드라마는 모두의 이야기다. 사장님, 부장님도 있고 사회초년생, 워킹맘도 있다. 또 대기업의 갑질도 있고, 버텨내는 중소기업 직원들의 이야기도 있으면서 일상의 이야기도 있다”며 “‘청일전자 미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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