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나이는 불혹을 넘겼지만 내면의 열정은 여전히 펄펄 끓었다.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감독 리건, 제작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는 ‘바람직한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몸과 마음을 꾸준히 단련하는 그는 항상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유지하는 ‘영원한 청년’이었다.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잡티를 찾기 힘든 피부뿐만 아니라 편안하면서도 소탈한 성품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 좋은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 열망이 그를 ‘좋은 배우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듯했다.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은 에게 가뭄 끝에 만나는 단비 같은 작품. 내기 바둑을 소재로 2014년 35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의 한수’의 스핀 오프물인 이 영화는 전작 15년 전을 배경으로 ‘귀신 같은 수’를 쓰는 전설적인 고수 ‘귀수’의 탄생 이야기를 담는다. 는 바둑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처절한 자기연마로 ‘바둑의 신’ 경지에 오르는 귀수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을 펼친다. 오랫동안 몸으로 승부하는 액션물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던 는 ‘신의 한수:귀수편’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느꼈던 희열을 털어놓았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몸을 쓰는 액션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인데 기회가 잘 닿지 않더라고요. 해외 활동과 드라마를 병행하다 보니 영화와 멀어져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신의 한수: 귀수편’ 시나리오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 영상을 7~8분짜리로 만들어 주셨는데 짜릿한 흥분이 느껴졌어요. 시나리오가 매력적인 데다 영상도 정말 정성 들여 만들어 줘 어떤 영화가 될지 쉽게 윤곽을 잡을 수 있었어요. 감사했어요. 곧장 하겠다고 말했죠.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10여년간 이런 결의 작품을 기다리며 몸을 만들고 자기 관리를 해왔는데 기회가 오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정말 기뻤죠.”

오랜 갈증을 풀어서일까? 는 ‘신의 한수:귀수편’에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펄펄 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화끈한 액션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불혹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완벽한 피지컬과 체력으로 고난도 액션신을 기가 막히게 잘 소화해낸다. 귀수가 홀로 웃통을 벗고 거꾸로 매달려 바둑을 두며 트레이닝하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낸다. “와이어를 달지 않았냐고요? 모두 직접 다 해낸 거예요. 와이어를 달고 했다고 생각하시면 자존심이 상하는데요.(웃음) 촬영 3개월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며 몸을 만들었어요. 젊었을 때는 신진대사가 활발하니 살이 안 쪘는데 나이 드니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촬영 막바지 때 재보니 한 7kg 정도 빠졌던 것 같아요. 촬영 전날에는 물을 전혀 안 마셨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아쉬운 점은 귀수가 절에서 홀로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이 많이 편집됐어요. 타이어를 다리에 매고 달리는 등 고생을 진짜 많이 했어요. 영화가 꼭 잘돼 나중에라도 공개됐으면 좋겠어요.”

의 피땀눈물이 담긴 ‘신의 한수: 귀수편’은 시사회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웹툰 원작 영화다운 만화적인 상상력과 범죄 액션물다운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러닝 타임 내내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특히 가 김철준 무술감독의 지도하에 후배배우들과 완성한 ‘골목길 액션신’, ‘화장실 액션신’, ‘주물공장 액션신’은 스타일리시한 미장센과 독창적인 액션 스타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 꼭 일해보고 싶은 감독님요? 당연히 리건 감독님이죠.(웃음)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독님을 정말 더욱 ‘리스펙트’(존경)하게 됐어요. 사실 전작보다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이렇게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시는 걸 보니 앞으로 이 분과 계속 함께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골목길 액션’ 장면은 홍기준이 진짜 고생했어요. 합을 맞춰 찍다가도 감정이 오르면 서로 진짜 타격을 가할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잘 찍혔겠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했죠. 우도환도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항상 예의 바르고 열심히 하니 선배의 입장에서 기특하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장성무당을 연기한 원현준 배우도 우리 영화로 발견될 기대주예요. 이렇게 모든 배우들이 정말 다 최선을 다했어요.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도 이제 경력 20년차가 가까운 베테랑. 요즘 현장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에게 먼저 인사할 정도로 선배의 위치에 올라섰다. 수많은 히트작들을 찍으며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한류를 주도할 만큼 많은 인기를 모았지만 그의 연기를 향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던 히딩크 감독처럼 여전히 연기에 굶주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 대표작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말하면 솔직히 이제는 부끄러워요. 벌써 십여 년 전 작품이잖아요. 물론 그 사이에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찍었어요. 그러나 대중들의 뇌리에 남지는 못한 것 같아요. ‘신의 한수: 귀수편’이 제 새로운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잘 돼서 속편까지 찍어 ‘제2의 전성기’를 불러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정말 못해본 캐릭터들이 많아요. 지독한 악역도 한 번 하면 재미있을 듯하고 감동적인 휴먼 코미디도 찍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영화들을 꿈꾸다 보면 여전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나이 들수록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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