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웨스트코스트 재즈’열기 이끈 주역
<상실의 시대>(1989)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등극한 일본 출신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0년대 들어서도 <1Q84 1,2,3> 등을 발표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동양권이 배출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Q84』를 구상하면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 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어냈다. 바흐의 곡은 12 음계 모두를 균등하게 사용한 48곡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 책자는 바로 하루키의 문학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근간이 되고 있는 ‘재즈 역사’를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활약상과 그들이 음악을 활용한 사운드트랙을 소개하는 것으로 원고를 구성했다. 재즈 및 영화 음악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하루키 문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자부한다.
<1. (Gerry Mulligan)>
신장 180cm, 태양 빛을 모두 머금은 듯한 커트 금발, 순서대로 여닫는 흰색 버튼 셔츠, 폭이 좁은 니트 넥타이, 각진 턱, 푸른 눈동자, 여성스런 가녀린 손에 잡혀 있는 다소 묵직한 바리톤 색소폰. 의 외형적 모습은 묵직한 존재감을 노출 시켜 주는 외견을 갖고 있다. “코의 잔털을 살살 건드려 줄 것 같은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장신의 청년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에서는 어떤 오점이나 잡음을 떠올릴 수 없다”-무라카미 하루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게리는 마약 흡연으로 수감 생활을 했고 오랜 동안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고통을 당한 전력을 갖고 있다. ‘아름다움 속에서 전해지는 우울함’은 바로 게리의 순탄치 않은 이력을 상징하는 음악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활동했던 1940~1960년대는 아프리카에서 전래된 재즈가 독창적이고 활력 있는 음악 장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중 예술 분야에서 ‘언더그라운드’ ‘아웃사이더’ 등으로 소홀히 대접받았던 시기였다. 이 같은 외부의 박대에도 불구하고 게리의 음악 스타일은 어린아이 얼굴 표정 같은 순수함과 영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선율을 전달해 주고 있다. 아트 파머의 트럼펫과 어울려 속삭이듯 들려주는 바리톤 색소폰의 합주는 몰트 위스키를 앞에 두고 한껏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싶은 욕정(欲情)을 전달해 주고 있다. 뜨거운 연인을 은밀한 장소로 유혹하는 듯한 멜로디. 바로 만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특색이다. # 재즈계에 끼친 공적
마일즈 데이비스, 쳇 베이커 등과 팀워크를 이뤄 대위법을 근간으로 한 앙상블을 시도해 웨스트 코스트 재즈 열기를 이끌어 나간다.
# 베스트 앨범: 〈What is There to Say〉(1959)
1958년 12월 17일부터 1959년 1월 15일까지 녹음했다. 피아노 없는 재즈 4인조 밴드가 들려주는 마지막 앨범이다. 세션 연주인으로 트럼펫 연주자 아트 파머, 베이스 빌 크로우, 드러머 데이브 바일리 등이 게리가 주도하는 바리톤 색소폰에 맞추어 환상적인 협연을 들려주고 있다. 타이틀 곡 ‘What Is There to Say’를 비롯해 ‘Just in Time’ ‘Festive Minor’ ‘My Funny Valentine’ ‘Utter Chaos’ 등의 명곡이 담겨져 있다. 재즈 장르의 위대한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의 공연을 접하고자 하는 재즈 마니아들에게 필청(必廳) 음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 은 누구?
1927년 4월 6일 뉴욕 주 뉴욕 태생, 1996년 1월 19일 코네티컷 주 다리엔 사망. 향년 69세. 바리톤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1940년대 진 크루파 악단에서 편곡가로 참여한 뒤 1948년 마일즈 데이비스 9중주단, 1952년 쳇 베이커와 4인조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웨스트 코스트를 기반으로 한 재즈 열기를 이끌어 나간다. 후반기에는 빅밴드를 결성하는 동시에 뉴욕에서 편곡자로 활동하면서 쿨 재즈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한다.
# 에 얽힌 에피소드
-2차 대전 이후 웨스트 코스트 재즈 창안자로 명성을 얻는다. -1944년 자니 워링톤이 이끄는 라디온 밴드에 관여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 -1946년 뉴욕으로 건너가 진 크루파 오케스트라에서 편곡자로 활동하면서 명곡 ‘Disc Jockey Jump’를 만들어 낸다. -1949년 엘리어트 로렌스 오케스트라에서 작곡과 색소폰 연주 파트를 담당한다. -1952년 트럼펫 연주가 쳇 베이커와 피아노를 배제한 4인조를 구성해 재즈계에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마약 흡연으로 수감 생활을 하다면 쳇 베이커와의 관계는 종식된다. -1954년 출소 후 트롬본 연주자 밥 브룩메이어를 비롯해 트럼펫 연주가 존 어드리, 테너 색소폰 연주가 주트 심스 등을 규합해 6인조를 결성한다. 1958년 트럼펫 연주가 아트 파머를 끌어 들여 멀리간은 4인조로 팀을 재정비한다. -195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바리톤 연주자 해리 카니와 함께 ‘Prima Bara Dubla’를 들고 참가한다. 이때 악단으로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해준다. -1960~1964년 자신이 이끌던 콘서트 재즈 밴드를 통해 연주 활동을 지속한다. -1984년 빅 밴드 재즈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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