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더 이스트라이트 고소 관련 기자회견 모습.

최근 아이돌 스타 또는 연습생과 관련한 몇몇 사건이 대중을 큰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투표결과 조작에 이어 인권침해 논란이 인 케이블TV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와 아이돌 그룹 TRCNG의 소송건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조사가 진행중이고 진위 여부가 밝혀져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겠지만 연습생 또는 아이돌 스타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만으로도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시사하는 바는 충분하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인권침해 논란

담당 PD들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논란은 처음부터 투표수와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이어 출연한 아이돌 연습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0월 방송한 MBC ‘피디수첩’에 출연한 ‘아이돌학교’ 연습생 이해인 씨는 “방송에 출연한 41명의 연습생 중 3000명 오디션장에서 시험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문자투표시 나를 찍었다는 인증자가 5000명이 넘었지만 방송상의 집계는 2600표에 불과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촬영장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다. 이해인은 ‘아이돌 학교’ 연습생들의 숙소였던 ‘핑크빛 내무반’은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고 환기시설도 없었으며 먼지도 심해 피부병이 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연습생들도 제작진이 새벽부터 촬영한다고 하면 따라야 했고 밥을 주지 않아 울던 아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에 “합숙한다고 가둬두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방충망이랑 창문을 다 뜯어서 탈출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생리를 안 했다”라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연예기획사 vs 아이돌 그룹 ‘상습학대’ 분쟁

그런가 하면 인권침해를 이슈로 실제 데뷔한 아이돌 그룹과 연예기획사 간의 분쟁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TRCNG의 두 멤버는 소속사에 의해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며 지난 18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TRCNG 멤버 조우엽과 양태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남강은 18일 “태선, 우엽이 상습아동학대와 특수폭행치상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 소속사의 박 모 이사는 ‘매 맞기 내기’를 통해 멤버들을 상습 폭행했고 안무 연습 중 부상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조우엽은 지난 6월 윤모 안무팀장에게 철제의자로 맞아 전치 2주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속사측이 미성년자인 멤버들을 매일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잠도 재우지 않고 안무 연습을 시켰으며, 숙소의 수도^전기요금을 내주지 않아 단수^단전까지 일어나게 했다고 전했다. 이들 멤버들의 주장에 대해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는 “두 멤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그룹 활동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같은 분쟁은 지난 2018년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소속사의 학대 사실을 폭로한 더 이스트라이트의 사례와 유사하다. 일부 그룹 멤버들이 폭로에 이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해당 사건도 결국 소속사의 인권침해 이슈를 다루고 있다.

반복되는 엔터테인먼트업계 인권침해 이슈 원인은 간단하다. 일련의 사건들에서 보여지는 인권침해 이슈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소위 ‘뜬’ 연예인과 그렇지 않은 부류이 차이가 극명한 연예계에서 신인, 미성년자들의 인권은 돈의 논리에 의해 간과되기 쉽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의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방송 프로그램 또는 소속사를 통해 어떻게든 얼굴을 알리고 싶은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인간답지 못한 처우를 강요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제도적 보완과 제재조치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인권 감수성’을 가지는 것이다. 1등 또는 수치상의 성공에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사건들을 계속 발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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