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찾는 국내 관객들이 신작 영화 관람을 선택할 때 호기심이나 관람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제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흥행 전문가들도 ‘제목을 통해 먼저 기선을 잡는 것이 매우 필요하며 타이틀은 티켓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1차적인 동기 유발 요소인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흥행가를 장식한 작품 중에서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명작 중에는 제목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을 담고 있는 영화가 부지기수다. <흥행작 타이틀에 숨겨 있는 재밌고 흥미 있는 스토리-영화 제목, 아 하!, 그렇게 깊은 뜻이!>를 집필하면서 필자의 지적 한계는 수많은 외국 관련 단행본과 백과 사전을 참고로 해서 벌충하였다. 자!, 이제 연령을 초월해 환대를 받고 있는 명작 제목에 담겨 있는 감추어진 흥미진진한 세계로 탐험을 시작해 보자.

영화 <11번째 시간>.

<‘11번째 시간(The 11th Hour)’> 최후^마지막 순간

할리우드 청춘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레일라 코너스, 나디아 코너스 공동 감독과 의기투합해서 선보인 환경 다큐멘터리. 폭우, 가뭄. 기근, 태풍, 산성비, 혹한 혹은 지독한 더위, 각국에서 발생하는 참사 등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정치, 사회적 불안 및 묵시록적인 자연 기후 앞에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제적 번성으로 삶의 질적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반면 지구 생태계 파괴로 인해 기본적 생존과 삶의 균형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극과 극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다큐는 ‘세계 경제 규모가 확장될수록 환경오염은 정비례되고 있으며 건강한 지구를 유지, 보호하기 위한 교육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타이틀로 활용된 ‘11 시간(The 11th Hour)’은 성경 <마태복음> 20장 1절에서 언급된 표현. ‘최후 또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뜻으로 환경 다큐멘터리는 ‘지금이 인류의 지속적 생존을 위해서 지구를 보호해야 할 막바지 때’라는 강력한 의미를 노출시키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 어휘에서는 ‘그들은 막판에 계획을 변경했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파란만장한 대모험

시대를 앞서가는 영상 메시지를 담아 명장 반열에 올랐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혜안이 담겨진 작품. 과학 저술가 아서 C. 클라크가 감독과 공동 시나리오를 맡아 우주를 공간으로 한 인간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담아냈다. 검은 돌기둥. 인류에게 문명을 선사했다는 돌기둥의 정체를 연구하기 위해 디스커버리호가 목성을 향한 우주 여정에 나선다. 탐험 도중 우주인들은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갖춘 컴퓨터 H.A.L 9000의 공격을 받는 등 돌발 사건을 겪은 뒤 우주인 데이브 보우만(키에르 둘리아)은 목성 궤도에서 검은 기둥을 발견한 뒤 지구로 귀환해 임종을 맞게 된다. 인위적 통제가 불가능한 장대한 우주 공간을 탐험하면서 인간과 컴퓨터의 치열한 두뇌 싸움 속에서 ‘검은 돌기둥’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타이틀 ‘오디세이’가 상징시켜 주고 있다. 그리스 시인 호머가 발표한 대서사시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종식된 뒤 주인공 오디세이가 무려 10여년의 여정 끝에 고향 이타카로 귀환하기까지의 사연을 담고 있는 작품. 이런 내용 때문에 ‘오디세이’는 서구인들에게는 ‘오랜 기간 동안 예측불허의 여러 모험을 겪는 과정’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 <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가장 불길한 숫자^요일

달을 향해 가던 ‘아폴로 13호’ 우주선이 도중에서 고장을 일으켜 달 착륙을 포기하고 돌아온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그때 전세계 사람들은 우주선이 남태평양에 무사히 착수하기까지 손에 땀을 쥐며 경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아폴로 13호’의 발사 일시가 4월 11일 13시 13분이었고 비행 중 13일에 첫 사고가 발생한 데서 13이란 숫자가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인간이 달에 갈 정도로 과학이 발달해도 13을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미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에서 4자에 불길함을 느껴 병원에는 4층이 없고 군대에 4 사단 혹은 4연대 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서양에서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을 베풀었을 때 거기 참석한 사람의 수가 13명인데서 비롯됐다. 그리스도가 죽은 날(서기 13년 4월 7일)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13일의 금요일을 가장 불길한 날로 치는 습관이 전해졌다고 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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