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락비의 박경.

그룹 블락비의 박경이 제기한 이른바 ‘음원 사재기 의혹’ 논쟁이 가요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암암리에 제기됐던 음원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시작은 박경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남성 듀오 바이브와 임재현^송하예^전상근^황인욱^장덕철 등 선후배 가수 6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처럼 음원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면서 불이 붙었다. 논란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실명이 언급된 가수들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11월 27일 공식입장을 통해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박경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나인 측은 “바이브의 실명을 거론하며 악의적인 발언을 한 모 가수와 해당 소속사에 11월 25일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해 수집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11월 27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또 “사재기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바 없으며 의혹에 대한 부분도 모두 사실이 아니기에 법적 고소 및 조사 절차를 통해 명백히 소명할 것이다. 신용과 명예가 걸린 이번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구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하예의 소속사 더하기미디어 역시 고소 입장을 전했다. 소속사는 “송하예의 실명을 언급해 명예를 실추시킨 모 가수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였다. 앞으로도 당사는 모 가수를 포함한 악플러들의 악의적인 비방에 선처 없는 강경 대응을 할 것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에 박경 측도 대응했다. 박경 측은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양해 말씀드린다”라면서도 “당사는 박경의 소속사로서 아티스트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바,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응대할 예정이다.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다. 본 건을 계기로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며 음원 사재기 논란에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법적인 대응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논란에 가수, 음반관계자, 방송사 등도 관심을 보이며 입장을 표명했다. 그룹 비투비, 가수 조권 장현승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은 27일 자신의 SNS에 “음원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라고 밝혔다. 박경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의혹제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가수 성시경은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인이 겪은 음원 사재기 관련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내가 실제로 들은 얘기에 의하면 그런 일을 하는 회사(대행업체)에서 작품에도 관여한다고 하더라. 전주도 없애고, 제목도 바꾸라고 한다고 한다. 저희 작품 하는 형이 곡을 준 상황인데 ‘가사를 이런식으로 하면 안 되겠냐’는 얘기를 해서 꺼지라고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그런게 실제로 있긴 있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가수 김간지 또한 26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사재기 브로커가 직접 찾아와서 음원 순위 조작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라며 “브로커가 수익 분배를 8:2로 하자고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신곡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들려주었다. 이같은 논란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달 27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일명 ‘음반, 음원, 출판 사재기’의 실태에 대해 잘 아시거나 이를 제안받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직접 제보를 받고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사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논란으로 끝나곤 했던 이슈이기도 하다. 박경의 발언으로 시작된 음원 사재기 논란의 실체가 이번 사건으로 말끔히 가려지기를 음악팬들은 바라고 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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