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강산이 거의 두 번 바뀔 만한 시간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1월 27일 개봉된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제작 ㈜26컴퍼니)로 1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는 세월이 흘러도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불세출의 스타’였다. 개봉 직전 서울 중구 소공로의 모 호텔에서 만난 는 미모면 미모, 연기력이면 연기 모두 ‘톱 클래스'였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지천명이 되며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성기 시절의 미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연기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레전드는 영원하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케 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이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낯선 곳에서 겪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 영화가 공개된 후 판에 찍은 듯한 기획 상업 영화가 쏟아지는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자신의 색깔을 지닌, 장르적 쾌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직진하는 영화 속에서 는 특유의 선 굵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는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과 팬들의 환영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많이 걱정했는데 영화에 대한 평가도 좋아 많이 기대되네요. ‘나를 찾아줘’는 첫 느낌이 좋았어요. 전 작품을 고를 때 감독이나 작가 등 제반 여건을 따지기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중요시하거든요. 드라마 ‘대장금’도 그런 ‘촉’ 때문에 출연했어요. ‘나를 찾아줘’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욕심이 났어요. 사회성이 짙은 소재에 캐릭터의 밀도가 매우 높더라고요. 시나리오의 구성도 잘 짜여 있었고요. 잘 쓴 희곡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작품을 결정하기 전 김승우 감독을 만났는데 신인이지만 내공이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2막, 3막을 열어줄 작품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는 ‘나를 찾아줘’에서 감정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극한의 감정연기부터 난생 처음 몸으로 부닥치는 액션 연기까지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개고생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 그런 가운데서도 는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극의 중심축을 제대로 잡으면서 관객들을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우리 영화는 정말 상황이나 감정 모두 국한으로 몰고 가요. 영화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현실은 더 잔인해요. 불행은 어깨동무를 하고 찾아온다고 하잖아요? 현실을 응축시켜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에 감정을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캐릭터가 느끼는 고통을 온전히 관객들이 다 전할 필요는 없기에 절제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편집과정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뻘에서 오열하는 진짜 고생한 장면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우리 영화는 보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러기 때문에 여운이 더 길고 카타르시스를 더 오래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찾아줘’에서 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돋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영화 캐릭터와 상황에 완벽히 녹아들었기 때문. 유재명 박해준 등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과 차진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스크린 속에 ‘톱스타 ’는 보이지 않고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엄마 정연만 존재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마을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 있더라고요. 이분들이 잘해야 영화가 더 잘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니 정말 모두 캐릭터를 200% 살려내더라고요. 유재명씨는 평소 눈여겨보는 배우였어요. 평소에는 매우 수줍음이 많고 조용하신 분인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카리스마가 넘치더라고요. 극중에서 서로 대립하는 구도인데 같은 배우로서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반응이 좋으니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들 법했다. ‘나를 찾아줘’는 11월 27일 개봉 첫날 극장가를 장악한 ‘겨울왕국2’의 독주 속에서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하며 쾌조의 출발을 기록했다. 그러나 는 26년차 베테랑답게 모든 것에 초연한 표정이었다. “결혼 전에는 걱정이 많고 늘 초조해했어요. 개봉을 앞두면 새벽기도라도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웃음 )그러나 이제는 많이 내려놨어요. 관객들이 평가를 제대로 해주실 거로 믿어요. 상이요? 받으면 기분 좋겠죠. 그러나 이 나이에 제가 뭘 더 바라요. 이제까지 해볼 것 충분히 다했어요.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도 한 달 후 내년이 되면 한국 나이로 앞 숫자가 바뀐다. 청춘의 표상이 이제 지천명이 되는 것이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과 육아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어떤 분들은 14년 만에 나왔으니 또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 물으시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물론 아이들이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나이니 고민은 하겠죠. 그러나 좋은 작품만 있다면 언제든지 촬영장으로 달려갈 생각이에요. 꼭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요? 그런 건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릴 입장은 아니라고 봐요. 사람보다 작품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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