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해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 모험을 걸다, 위험을 감수하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터키와 치열한 교전을 했던 갈리폴리 전쟁 비극을 2명의 호주 병사 시선으로 묘사한 <갈리폴리>(1981)로 묵직한 전쟁 비극을 제시했던 피터 웨어 감독의 정치 드라마가 <가장 위험한 해>.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군부 독재 시절 현지 민중들의 반발 시위 사태를 패기 넘치는 호주 기자의 시선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1965년. 정치 사건을 취재차 인도네시아를 찾은 해밀턴(멜 깁슨). 중국계 난장이 빌리 쿠안(린다 헌트)의 협조를 받아 곳곳의 취재 현장을 찾는다. 해밀턴은 빌리를 통해 영국 대사관 직원 질리 브라이언트(시고니 위버)를 알게 된다. 2주 후면 떠나는 질리. 취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인도네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해밀턴은 굶주리는 서민과 군사 독재 정권에 반기를 드는 야권 인사들의 데모 등 끝없는 소요 사태를 목격한다. 하지만 해밀턴은 특종보다는 질리가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인도네시아를 탈출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타이틀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명저 <파우스트>에서 서술된 ‘위험하게 사는 것은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에서 인용한 제목이라고 한다. 서구 젊은이들은 ‘Living Dangerously’에 대해 ‘모험을 걸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해 본다’라는 뜻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가프의 세계 (The World According To Garp)... 예수의 인생관을 바라보는 시점
존 어빙이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가프라는 청년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 풍경을 전혀 색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태도 때문에 본의 아닌 곤경을 겪는 한 가족의 일상사를 시종 유쾌한 코믹 드라마로 묘사하고 있다. <스팅>의 조지 로이 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가프의 모친으로 등장하는 글렌 클로즈의 은막 데뷔작. 이색적인 배역을 맡고 있는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를 더한다. 그 가운데 존 리스고는 성 도착자로 출연하고 있다. 자가용 비행기를 몰다 우발적인 사고를 일으켜 가프의 집으로 돌진하는 비행사로 등장하는 이가 연출자인 조지 로이 힐이다. 이외 각색을 맡은 작가 존 어빙은 레슬링 시합의 심판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타이틀 ‘The World According To Garp’는 성(聖)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예수의 인생과 가르침을 후대 교인들이 각각의 해석을 더해서 정리한 4대 복음서에서 원용한 제목이다.
갈채 (The Turning Point)... 인생 성공 전환점을 제공하는 기회
명작 <카사블랑카>의 속편격인 <플레이 잇 어게인, 샘>(1972), <화니 레이디>(1975) <선샤인 보이>(1975) 등을 통해 음악 영화 장르에서 명성을 구축해 나갔던 허버트 로스 감독의 절정기 연출력이 담겨 있는 작품이 <갈채 The Turning Point>이다. 디디(셜리 매클레인)와 엠마(앤 밴크로프트). 발레리나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사이. 하지만 디디는 결혼을 계기로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하고 엠마는 탄탄대로 명성을 구축한다. 인생 황혼기에 해후를 하게 된 두 사람. 디디의 딸 에밀리아(레슬리 브라운)가 발레리나의 포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해들은 엠마는 과거 숙적의 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구축한 모든 능력을 전수하기로 나선다. 타이틀 ‘The Turning Point’는 삶을 살아가는데 출세, 명예, 성공 등을 얻을 수 있는 ‘전환점’을 지칭하는 단어. 영화에서는 청춘 시절 최고 춤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지만 한 사람은 평범한 주부, 또 한명은 발레리나로서의 명성을 얻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중년 이후 재회하여 딸의 교육 과정을 통해 과거 갈등을 극복하게 된다는 휴먼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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