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갓챠!>.

<갓챠!(Gotcha!)> 목표물에 물감 총을 쏘아 맞히는 게임

1980년대 미국 대학생들이 목표로 지정된 상대편에게 물감을 담은 권총을 쏘아 맞히는 모의 암살 게임이 ‘갓챠(Gotcha)’. 마작 용어인 ‘널 잡았어!’에서 유래된 이 놀이를 영화 소재로 활용한 것이 제프 카뉴 감독의 <갓챠!>이다. 여성 앞에서는 수줍음을 타는 조나단(앤서니 에드워즈). 모의 암살 게임에서는 탁월한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떠난 파리에서 이상형의 대학원생 여인 사샤(린다 피오렌티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샤샤는 대학원생으로 위장한 KGB 첩보원. 샤샤는 조나단을 동 베를린으로 전해 줄 비밀 문서 전령사로 이용한다. 갑자기 사라진 샤샤와 이어 동독 비밀요원들의 추격을 받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캠퍼스 곳곳에서 ‘갓챠!’ 게임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제프 카뉴는 <졸업>(1967), <미드나잇 카우보디>(1969), <록키>(1976). <애니 홀>(1977) 등의 ‘예고편’ 등을 촬영해 명성을 얻은 촬영 감독 출신 감독. 특기를 십분 발휘해 예기치 않은 음모에 빠진 미국 대학생의 처지를 스릴 있고 빠른 템포의 스토리와 <록키> 주제가로 기량을 발휘한 빌 콘티의 흥겨운 리듬을 가미시켜 킬링 타임용 오락 영화를 완성해 낸다.

영화 <까마귀 기르기>.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 은혜를 원수로 갚다

<라 카자>(1966), <페퍼민트 프라페>(1967) 등을 발표하면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 작가, 배우, 프로듀서로 명성을 구축한 카를로스 사우나의 초기 대표작 중 한 편이 <까마귀 기르기>. 고아가 된 3자매가 완고한 이모와 장애를 갖고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친척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자매에게 하루하루 생활은 순탄치 않다. 하지만 이들 자매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서서히 성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주인공 아나가 부모와 생활했던 과거와 어른으로 성장한 미래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 주고 있는 설정이 독특하다. 이런 영상 전개 기법은 ‘1970년대 독재 정권 프랑코 총통 시절, 스페인 중산층이 겪어야 했던 혼란스럽고 고단한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들은 나를 나무 기둥에 밧줄로 묶었어, 그리고 나의 안경다리 한쪽에 총을 댔어, 그들이 막 쏘려 할 때 나는 일어났어’라는 라스트 장면은 여러 고난을 극복하는 아나의 독립적 의지를 드러내주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 대신 2010년 10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특별 상영됐다. 타이틀 ‘Cria cuervos’는 스페인 속담 ‘까마귀를 기르면 나중에 너의 눈을 파먹을 것이다’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극중 엄마 마리아가 죽은 원인은 아버지라고 여겨 가루 탄 음료수로 아버지 안셀모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들을 돌봐 주는 이모에게도 살의를 느끼고 있는 어린 아나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주는 제목으로 풀이됐다.

영화 <걸>.

<걸(Gull)> 미국에 기념비 세워진 유일한 ‘갈매기’

벤 다몬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아 공개한 12분짜리 단편 <걸(Gull)>. 10대 소년 샘(앤드류 라이언)은 ‘갈매기’에 대한 본능적 공포심을 갖고 있다. 친구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테디(라이언 존슨). 샘의 두려움을 극복해 줄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타이틀 ‘Gull’은 미국 농업에서 큰 역할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수많은 조류 가운데 유일하게 ‘기념비’가 축조되는 영예를 얻고 있다. 1848년 미국 유타 주 북부 도시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는 모르몬교 발원지로 유명한 곳. 이 지역에 ‘메뚜기 떼’가 출몰해 곡식 농사가 거의 황폐화되는 피해를 당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메뚜기 떼 퇴치를 시도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런 위급한 때에 ‘갈매기 무리’가 출몰해 난공불락처럼 여겼던 ‘메뚜기 떼’가 일거에 퇴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공적으로 인해 ‘솔트 레이크 시티 템플 스퀘어’에 ‘모르몬 교도들에게 하사하신 하나님의 자비심을 기념하기 위해’라는 문귀가 새겨진 ‘바다 갈매기 기념비’가 조성됐다고 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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