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교사들의 ‘짠내 나는’ 직장생활 담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판타지는 없다. 오히려 일상을 분투하며 사는 현대인들의 짠내 나는 직장생활, 사회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사와 교사를 소재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JTBC ‘검사내전’(극본 이현 서자연, 연출 이태곤)과 tvN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이 월화드라마 맞대결을 펼치며 시청자들을 현실감 있게 마주하고 있다.

JTBC ‘검사내전’ 출연진.

‘검사내전’... ‘생활밀착형’ 검사들의 고군분투기

‘검사내전’에는 카리스마 넘치고 냉철하게 사건을 기소하는 검사에 대한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다. 미디어 속 화려한 법조인이 아닌 지방 도시 진영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자체가 소설이 아닌,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대중을 사로잡았던 김웅 검사의 에세이다. 이 에세이는 검사들의 실제 판결과 일상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청춘시대’ 시리즈의 박연선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이 작품은 원작의 장점에 드라마의 재미를 더했다. 이선균, 정려원, 이성재, 김광규, 이상희, 전성우 등이 모인 ’검사내전’에서는 흔히 ‘검사’ 캐릭터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의감 넘치는 열혈 검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리 검사가 아닌 ‘직장인 검사’를 연기한다. 그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평범하지만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6인 6색의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작품에서는 십여 년 만에 진영지청 형사2부에서 만난 대학 선후배인 검사 이선웅(이선균)과 차명주(정려원)가 임금체불 사건에 의견 대립을 보이며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특히 학부 시절에는 선웅이 선배였지만, 연수원 기수로는 명주가 선배인 꼬여버린 족보 등 좋지 않았던 과거사가 함께 드러나면서 이들의 전쟁이 쉬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극의 주요 배경인 시골 도시 진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검사내전’의 소소한 재미다. 거대한 음모나 잔혹한 사건 대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내고 있다. 정려원은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모여 평범하게 지내는 이야기다. 그 안에 일상적인 재미가 담겼다”고 기대감을 당부했다.

tvN ‘블랙독’ 출연진.

‘블랙독’... 교사 사회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본 공감대

‘블랙독’은 ‘검사내전’보다는 좀더 무거운 톤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초년생 고하늘(서현진)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프레임 밖에서 바라본 학교가 아닌, 현실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간제 교사의 눈을 통해 그들의 진짜 속사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기존의 학원물과 달리 ‘교사’를 전면에 내세워 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세계를 밀도 있게 녹여낸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선생님들이 고뇌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과 진정한 교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곱씹어보고 있는 드라마다. ‘기간제 교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립고등학교에 입성한 고하늘은 뜻하지 않은 오해로 낙하산으로 낙인찍혀 출근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고하늘에게 손을 내민 건 베테랑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이다. 큰 꿈을 가지고 선생님이 됐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의 높은 벽을 맞닥뜨리며 좌절하는 고하늘에게 “이쯤에서 관두는 것도 괜찮지”라는 박성순의 뼈아픈 한 마디는 냉정하지만, 후배 교사를 향한 애정도 녹아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살얼음판 같은 사립고등학교에서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한 선생님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그린다. 여기에 학교의 진학부를 비롯한 개성 충만한 선생님들의 시너지가 얹혀졌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진학부장 박성순과 3학년부장 송영태(박지환)의 신경전부터,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선생님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유쾌한 웃음과 공감을 준다. 또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라인’ 만들기,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의 서열 등은 그것이 실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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