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동’ 배우 최성은.

입을 열지 않아도 주위를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3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제작 ㈜외유내강)으로 주목받는 배우 최성은은 첫 상업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2019년을 며칠 안 남기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최성은은 우선 눈에 확 띄는 신선한 마스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데뷔 후 첫 인터뷰임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또한 가식이라는 게 전혀 없는 솔직한 언변으로 방심하던 기자를 무장 해제시켰다. 중년의 기자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딱 하나. “진짜 딱 요즘 애다!”

조금산 작가의 동명 만화 원작을 영화화한 ‘시동’은 무작정 가출한 택일(박정민)이 군산에 갔다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나고 야심만만한 반항아 친구 상필(정해인)과 진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담긴 성장영화. 최성은은 택일과 우연히 만나 아웅다웅하며 특별한 케미를 발산하는 소경주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소경주는 외양은 ‘다크 포스’를 뿜어내지만 사실 내면은 가슴 속에 상처가 많은 소녀인 캐릭터. 최성은은 신인답지 않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형상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까? 몇 마디 나눠 보니 왠지 소경주와 최성은의 싱크로율이 높아 보였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소경주 캐릭터에 반했어요.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 복싱을 하는 설정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특히 더 마음을 끈 것은 저와 정말 많이 닮았다는 거였어요. 감정 표현을 잘 안하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 다하고. 겁 없이 세상과 맞서는 모습이 멋지더라고요. 저도 사실 경주처럼 낯도 가리고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경주가 말을 툭툭 내뱉는 게 저와 많이 비슷했어요. 다정하고 따뜻한 스타일은 아니죠. 그러면서도 내면은 사실 소심하고 여린 부분이 많은 점이 닮았어요.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갔고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오디션의 경쟁률이 매우 높았는데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절 선택해주셨어요.”

소경주는 거친 정글 같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 그래서 최성은은 소경주 역할을 따내기 위해 난생 처음 복싱을 배워야 했다. 복싱 장면 테스트를 받고 나서야 출연이 확정됐다고. 캐스팅 후 3~4개월 동안 복싱장과 액션스쿨을 오가며 땀을 흘렸기에 영화 속에서는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인다. “정말 난생 처음 격투기를 배운 것이었어요. 사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헬스장에 가끔 가는 정도였죠. 그래서 복싱을 배울 때 처음에는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어요. 실력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 단기간에 잘해 보이는 것처럼 만들어야 해 스트레스가 진짜 많았어요. 복싱도장에 거의 매일 가서 하루에 두세시간은 운동을 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복싱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어요. 압박감에서 시작했는데 그게 사라지니 진짜 재미 있어지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배울 예정이에요. 얼마 전 사부님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활체육대회에 나가자고 말씀하셨어요.(웃음)”

최성은에게 ‘시동’은 첫 상업 영화였기에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한 일 투성이었다. 계원예고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교수업에만 충실한 학생이었던 그는 평소 존경하던 박정민, 마동석, 염정아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고. 영화 속에서 바늘과 실처럼 함께 다녔던 박정민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배우였다. “제가 정민 선배의 작품은 다 챙겨볼 정도로 팬이었어요. ‘파수꾼’, ‘동주’, ‘그것만이 내세상’등 모든 작품을 다 봤어요. 정민 선배가 학교 선배이지만 연배차가 나서 만난 건 대본 리딩 날 처음이었어요. 정말 감격스럽더라고요. 그때는 말을 못 나눴는데 촬영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말 소탈하고 꾸밈이 없는 분이었어요. 언제든 말을 걸어도 다정하게 답해주었어요. 그런데 선배와 촬영할 때마다 늘 부담이 됐어요. 매 테이크 다양한 호흡을 보여주시는데 제가 그걸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압박감이 들었죠. 끊임없이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채찍질을 하게 만드셨어요.”

최성은은 ‘시동’이 개봉된 후 충무로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 포스와 탄탄한 연기력, 신선한 마스크가 기대를 모으는 것. 영화가 개봉된 후 최성은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원래 우리 가족이 저처럼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에요. 시사회에 오셨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냥 보시고 아무 말 없이 버스타고 가셨어요.(웃음)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친척들의 반응이 뜨겁죠. 연기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결과물을 처음 내놓으니까 신기한가 보더라고요. 유명세는 전혀 못 느끼겠어요. 영화 속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달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어요. 액션을 제대로 한 번 다시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멜로물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하나의 이미지에 고착되지 않고 다양한 매체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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