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여운 빌리’.

<귀여운 빌리(Born Yesterday)>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다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귀여운 빌리>. 상식과 교양이 절대 부족한 천박한 여성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지적 숙녀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설정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1964)를 떠올려 주고 있다. 로비 활동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부동산 재벌 해리(존 굿맨). 정부(情婦)인 쇼걸 출신 빌리(멜라니 그리피스)를 상류층 파티에 참석 시키려 했지만 교양과 상식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 흠. 해리는 빌리를 상류층에 맞는 교양을 갖추게 하기 위해 신문기자 폴(돈 존슨)을 가정교사로 고용하여 혹독한(?) 교육을 시킨다. 폴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지적인 여성이 된 것은 좋았는데 그만 가정교사 폴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돌발 변수가 생긴다. 타이틀 ‘Born Yesterday’는 극중 대사로 언급된다. 빌리가 미술관을 찾아가서 반 고흐의 명화 등을 감상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하자 그녀의 무식함(?)을 진작 알고 있던 해리는 ‘그대가 어떻게 알겠소?’라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이에 빌리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생각하는 거에요?’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보여지고 있다. 이런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타이틀 ‘Born Yesterday’는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다’를 축약시킨 것이라고 한다.

영화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 (City Slickers)> 시골 생활 모르는 도시 풋내기들

국내 극장가에서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으로 공개됐던 ‘City Slickers’는 대도시 생활 속에서 찌든 삶을 살아가던 3명의 중년 남자들이 2주 동안의 한시적인 시간을 정해 놓고 서부 시대 생활 습관이었던 카우보이 생활을 자원한다. 하지만 도시적인 환경에 익숙해 있던 이들 3명의 남성들은 소를 몰아 보거나 말을 탄 경험이 전혀 없어 여러 가지 곤혹스런 일을 당한다. 여기에 카우보이 지휘자는 이들 풋내기 3명의 도시 남자를 마치 짐승 다루듯이 박대한다. 하지만 카우보이 대장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당하자 어쩔 수 없이 소떼몰이에 나선 이들 남자들은 소몰이를 해나가면서 마치 자신들이 서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온 것 같은 보람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타이틀 ‘City Slickers’는 시골 생활을 전혀 모르는 도시 촌사람을 경멸조의 뜻을 담아 사용하는 문구.

영화 ‘궁 호’.

<궁 호(Gung Ho)> 물불 가리지 않는 용맹한 중국 장군

1943년 레이 엔라이트 감독, 랜돌프 스코트 주연으로 첫 선을 보인 <궁 호 Gung Ho>는 1986년에는 론 하워드 감독이 리바이벌했다. 극의 내용은 운영난으로 폐쇄됐던 마을의 자동차 공장을 살리기 위해 일본 회사와 계약을 맺으러 간 마이클 키튼이 우여곡절 끝에 일본 자동차 공장을 자신의 마을에 유치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미국인 노동자와 일본인 경영자가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갈등을 겪지만 이같은 난제를 원만히 해결하면서 자동차 공장을 마을의 자금줄로 만든다. 이 극은 후에 TV 시리즈로 재차 리바이벌됐다. 타이틀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된 속어로 용맹한 중국 장군 ‘궁 호 Keng Ho’에서 파생됐던 단어. 미국인들은 흔히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용맹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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