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코인 탑승”… 출연진들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

‘미스터트롯’ TOP 7 장민호, 김호중, 이찬원, 정동원, 임영웅, 영탁, 김희재(왼쪽부터).TV조선

‘미스터트롯’이 낳은 트로트 신드롬이 국내 대중 문화계 전반의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첫 회 시청률 12.5%로 시작, 방송 5회만에 20%를 돌파했고 마지막회에서는 무려 35.7%(닐슨코리아 기준)의 대기록을 세우며 예능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

프로그램은 물론 출연자들까지 골고루 인기를 모았고 이들의 몸값은 껑충 뛰었다. 일례로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김경민은 최근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 몸값이 무려 40배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TOP3로 선정된 임영웅, 영탁, 이찬원은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돌의 전유물이었던 지하철 스크린 전광판에 응원 광고가 등장하는가 하면, 팬덤의 화력도 만만치 않다. 방송가에서는 ‘미스터트롯’ 출연자 잡기에 나섰다. KBS 1TV ‘가요무대’는 임영웅, 송가인 등의 무대를 ‘스페셜’ 방송으로 편성을 계획했고, KBS W는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에 출연해 5승을 거뒀던 임영웅의 출연분량을 모아 공개했다. MBC ‘라디오스타’, JTBC ‘아는 형님’, JTBC ‘뭉쳐야 찬다’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도 임영웅, 영탁 등을 섭외해 트로트 특집을 진행했다. 광고계에서도 대세는 트로트 스타들이다. 특히 ‘미스터트롯’ 진에 선정된 임영웅은 각종 식음료·패션·뷰티 브랜드의 광고 모델 자리를 꿰차며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앞서 ‘미스트롯’의 송가인이 중장년층 팬덤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면, ‘미스터트롯’은 댄스트로트 장르를 토대로 퀄리티까지 확보한 ‘쇼’를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부담 없이 스며들었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트로트 도전은 젊은 층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배우 이이경도 트로트곡 ‘칼퇴근’을 발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트로트의 인기에 편승해 한방을 노리는 ‘트로트 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이처럼 방송계는 트로트 전쟁터가 됐지만 모두가 ‘트로트 코인’의 수혜를 입진 못했다. 지난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N ‘여왕의 전쟁: 라스트 싱어’는 아이돌 출신, 현역 가수들로 화려한 라인업을 꾸렸지만 특별한 차별점을 내놓지 못하고 1%대 시청률에 그쳤다.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역시 큰 화제성 없이 0%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SBS ‘트롯신이 떴다’가 15%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트로트 코인’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미스터트롯’을 능가하는 온라인 화제성이나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스터트롯’이 국내 문화계에 남긴 흔적은 눈부시다. 남자 트로트 신예들을 대거 발굴한 것은 물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를 대중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려 전례 없는 부흥기를 이끌었다. 나아가 TV조선 채널의 이미지를 젊고 활기찬 느낌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엔 방송가 ‘신의 손’으로 불리는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이 있다. SBS에서 ‘송포유’, ‘동상이몽’ 등을 연출했던 서 국장은 2018년 TV조선으로 이적한 뒤 ‘아내의 맛’, ‘연애의 맛’에 이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예능계의 판도를 바꿨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디지털큐브에서 만난 서 국장은 ‘미스터트롯’의 인기 비결을 공개했다. “‘미스터트롯’은 포맷의 장점이 있었어요. 서바이벌 시스템이 트로트랑 결합해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고 신선한 인물들의 매력이 강력했죠. ‘미스트롯’ 때도 느꼈지만 무대가 없었을 뿐이지 그분들은 지방을 돌면서 꾸준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요. 우리가 몰랐을 뿐이죠. 저는 트로트 장르에도 이렇게 젊고 실력 있는 인물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 소위 ‘레전드’로 불리는 가수들의 시대가 오래됐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선보이는 댄스트로트가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아요. 사실 트로트는 장르 특성상 타 장르보다 산업적인 구조가 취약하고 시장이 좁아요. 아이돌은 만들어서 유지하고 히트시키기까지 20억 이상이 든다는데, 트로트가수들은 지금도 대부분 혼자 옷 챙겨서 고속버스 타고 행사를 다니거든요. (‘미스터트롯’이) 그런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선진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해요.”

서 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의 파생 프로그램들과 또 한 번의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전화 노래방 형식의 ‘사랑의 콜센타’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나이 드니까 노이즈가 걱정되는데 그렇다고 매니악하게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겠죠. 뭘 하든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할 겁니다. 대중에게 외면받는 건 TV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로 기획은 계속 하고 있어요. 일단 ‘미스터트롯’의 파생 프로그램들을 기획 중입니다. ‘사랑의 콜센타’도 있고 레전드들과 함께하는 노래교실 콘셉트의 프로그램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시즌3 격의 트로트 시리즈도 한 번 정도는 더 하려고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발전된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