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조정석부터 전미도까지 배우들 섬세한 연기력 돋보여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tvN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신원호PD의 힘은 친숙한 배우의 부활과 신예의 약진에서 출발하곤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참신한 캐릭터들을 남기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3월 12일 첫 방송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기획 tvN, 제작 에그이즈커밍)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을 중심으로 그들과 얽혀있는 가족, 연인, 동료들의 에피소드를 탄탄한 곁가지로 삼아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배우 조정석(이익준), 정경호(김준완), 유연석(안정원), 김대명(양석형), 전미도(채송화)의 조화로운 합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튼튼한 중심이었다. 20년지기 대학 동기인 이들은 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또 밴드 멤버로 활동하면서 사랑, 우정, 의리 등 다양한 감정을 공유했다. 신원호PD는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등 이미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배우들을 기용해 큰 틀을 짰다. 여기에 뮤지컬계 스타, 전미도를 홍일점으로 전격 캐스팅해 신선함을 더했다.

▲ 어딜 가든 ‘핵인싸’ 익준…조정석 배우 조정석은 노는 것도, 성적도, 늘 1등만 하는 간담췌외과 교수 익준을 연기했다. 익준은 의대 5인방 중 가장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분위기 메이커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조정석은 특유의 여유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익준 캐릭터의 입체적인 매력을 한껏 살려냈다. 다스베이더 헬멧을 쓰고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가 하면 다친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개구리 소년 왕눈이’를 부르는 익준은 조정석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만나 존재만으로 웃음을 유발하곤 했다.

▲ 까칠하지만 속 깊은 준완…정경호 정경호는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 역할로 열연했다. 신원호PD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김준완은 매사 철두철미하고 이성적이라 차갑다는 오해를 받지만 알고보면 누구보다 정 많은 인물이다. 수술실에서는 예민한 완벽주의자 같지만 친구들과 함께일 땐 금세 속 깊은 면모가 흘러나온다. 특히 여자친구 익순(곽선영)과의 달달한 연애 에피소드에서는 다정한 매력까지 선보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까칠하지만 따뜻한 의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탈피한 정경호의 차별화된 매력은 방영 내내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다정다감한 ‘오지라퍼’ 정원…유연석 유연석은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 역을 연기했다. 정원은 환자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천사지만 동기들에게는 다소 예민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 유연석은 포근한 미소와 눈빛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신원호PD는 ‘응답하라 1994’에 이어 다시 한번 그를 선택해 또 다른 매력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유연석의 흔들림 없는 연기 덕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의 야구선수 칠봉이는 여전히 그의 ‘인생 캐릭터’로 불리곤 하지만, 유연석은 한층 성숙해진 연기와 진정성으로 전작의 잔상을 말끔히 지웠다. 너무 따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정원을 어딘가 있을 법한 캐릭터로 만들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 아웃사이더? 섬세하고 성실한 석형…김대명 김대명이 연기한 산부인과 교수 양석형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관계를 맺는 것 또한 불편해하는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이자 ‘은둔형 외톨이’다. 그가 가족 외에 유일하게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은 의대 동기 친구들이 전부다. 매사 무관심하고 무덤덤해 보이는 탓에 ‘미련한 곰’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마음을 써야할 땐 누구보다 섬세하고, 일할 땐 누구보다 성실하다. 그간 수많은 연극무대를 누볐던 김대명은 선하면서도 우직한 석형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 매력 부자 에이스 송화…전미도 전미도는 선후배들의 무한 신뢰를 받는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를 그려냈다. 전미도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데뷔 14년만의 첫 드라마다. 이전까지 뮤지컬,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편안한 매력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한껏 넓히며 대세로 떠올랐다. 극 중에서는 ‘음치’ 설정이었지만 알고보면 남다른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반전이었다. 특히 그가 부른 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발매되자마자 각 음원차트 1위를 휩쓸기도 했다. 연기부터 노래까지 다재다능한 전미도의 향후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막장, 악역 NO…따뜻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tvN 명작들의 중심엔 신원호PD가 있었다. 그는 매번 흔치 않은 캐스팅으로 의외의 충격을 안겼고, 그가 점찍은 배우들은 작품이 끝날 때쯤 누구나 알만한 스타가 됐다. 물론 화려한 톱스타, 자극적인 막장 패턴, 흔한 악역 하나 없는 탓에 누군가는 그의 이야기가 밋밋하다 하겠지만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신원호 PD의 차기작을 계속 믿고 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올겨울 다시 찾아올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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