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메인 포스터.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차트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위트홈’은 지난 18일 공개 이후 42개국 일일랭킹 톱10에 이어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올 연말 가장 뜨거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K-크리처’ 신드롬의 시작, 그 중심엔 ‘스위트홈’과 배우 송강(26)이 있다. ‘스위트홈’은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일을 그린 작품으로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동명의 웹툰은 누적 조회 수 12억 뷰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송강.넷플릭스

“이응복 감독님께서 차현수 역에 캐스팅할 배우를 찾으시던 중에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님이 저를 추천하셨다고 해요. 오디션에 갔더니 감독님이 현장 대본을 주셨어요. 현수가 장례식장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통장을 집어던지면서 소리 지르는 장면이었는데 물티슈 통을 주시면서 ‘이게 통장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현수의 감정을 최대한 끌어냈어요. 이후에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죠.”

송강이 연기한 차현수는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으로,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남는다. 삶의 의지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계획하지만 어느 날 욕망에 잠식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버리는 괴현상이 시작된 후 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선다.

“현수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삶의 의욕도 없지만 어릴 땐 리더십도 있고 사교성도 좋았던 인물이에요. 은둔형 외톨이에서 아이들을 구하고 정의롭게 변하는 과정도 예전의 밝은 현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표정, 눈빛에 집중해서 저만의 현수를 개척해나가고 싶었어요.”

크리처 장르물에 처음 도전한 그가 외톨이 현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외모였다. 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듯 고운 외모와 건장한 체구를 숨기려 노력했다고. “감독님께서 ‘얼굴을 죽여야 연기가 돋보일 수 있다’고 하셔서 주근깨, 다크서클, 상처 분장을 많이 했어요. 또 왜소해 보이려고 어깨를 굽히고 다녔고 몸을 숨기기 위해 펑퍼짐한 후드집업 스타일을 많이 입었죠.”

현수는 괴물화 증상을 보이면서도 괴물로 변하지 않는 기묘한 상태에 놓인다. 그리고 이내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른다. 생존이라는 목표 앞에서 그린홈 주민들은 협력하다가도 서로를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내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민낯을 드러낸다. 송강은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현수의 두려움, 비장함 등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낸 것은 물론 고강도 액션까지 소화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아버지가 기계체조를 하셨거든요. 유연성을 물려받은 편이라 몸을 쓰는 연기는 자신이 있었는데 와이어 액션은 정말 기진맥진했어요. 그래도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오히려 코피 흘리는 신이 힘들었어요. 살면서 코피를 흘려본 적이 없거든요. 코 안에 작은 호스를 연결해서 펌핑하면 흘러나오는 방식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훅훅 쏟아지더라고요. 그 상태로 현수의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니까 최대한 집중했죠.”

현수를 비롯한 ‘스위트홈’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개성과 서사로 흥미로운 전개를 이끈다. 인물들 못지않게 주목받은 건 압도적인 비주얼의 크리처들인데, 원작 캐릭터의 매력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좋은 반응을 모았다. 제작진은 연근괴물, 근육괴물 등 각각의 욕망이 기이하게 발현된 괴물들은 수준 높은 특수효과로 정교하게 구현했고, 김설진 안무가는 동물의 본능적인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괴물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많았기 때문에 영화 ‘콘스탄틴’ 속 크리처들을 보고 상상하면서 연기했어요. 심지어 한 달 정도는 욕망, 괴물, 현수의 감정만 생각하느라 누굴 만나면 ‘이 사람의 욕망은 뭘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2017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로 데뷔한 송강은 유독 웹툰 원작 드라마, 또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 데뷔작과 ‘스위트홈’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차기작인 tvN ‘나빌레라’까지 지금껏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만 네 작품에 출연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지난해 8월 공개 이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넷플릭스에서의 꾸준한 활약은 송강의 더 큰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OTT(Over The Top)는 배우들에게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훌륭한 국내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를 발판 삼아 더 다양한 기회를 노리는 배우들도 많아지고 있다. 송강은 “제작비 300억 규모의 대작을 이끈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새로운 포부를 전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넷플릭스 대작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고 영광이죠.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아직 배우로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럴수록 캐릭터에 의지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제 다음 목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배우로서 풀어야할 숙제가 많아요. 곧 28살이 되는데 아직도 소년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느와르, 액션도 자신 있어요. 2021년엔 성숙한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