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장첸으로 역대급 악역을 탄생시켰던 배우 윤계상(43)이 돌아왔다.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이다. ‘범죄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액션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윤계상이 연기한 강이안은 국가정보요원 에이스로 기억을 잃은 채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다.

이름, 나이, 사는 곳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자신과 관련된 흔적을 찾던 중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쫓는 남자가 바로 자신임을 직감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기 전 강이안을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이 바뀌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하지?’ 등 복합적인 고민이 있었죠. 그래서 그냥 느껴지는 대로, 최대한 본능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윤계상은 박용우, 유승목, 이성욱, 서현우, 이운산, 홍기준 등과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추며 강이안을 만들어갔다. 윤계상이 1인 7역을 연기할 때, 이들 역시 실제 자신의 배역과 그 배역의 몸으로 바뀐 강이안까지 각각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다.

“배우들끼리 정말 많은 회의를 거쳤어요. 밤 10시쯤 가서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회의하고 다시 스케줄을 가는 식이었죠. 서로 대본 리딩도 해주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논의하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1인 7역이 디테일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비결은 순전히 연습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윤계상의 1인 7역만큼 관심을 모은 건 스펙터클한 액션이다. 살벌한 맨손 격투와 총기 액션,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등 다채로운 장면들이 압도적인 액션 쾌감을 선사한다.

윤계상.(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액션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저는 액션도 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감정에서 시작해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고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거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카체이싱 장면이에요.

실제 차를 제작했는데 천장에 운전석을 만들어서 운전은 다른 분이 하고 저는 운전하는 척만 할 뿐 아무것도 조작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빨리 달리는 와중에 대사까지 길어서 굉장한 공포였어요. 촬영 내내 식은땀을 흘렸는데 그래서 더 진짜 같은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힘든 장면이 많았지만 대역을 쓰지 않은 이유는 제가 직접 하면 좀 부족해도 굉장히 리얼한 액션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유체이탈자’를 둘러싼 반응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국내 개봉에 앞서 북·남미,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전 세계 107개국에서 선 판매되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지.아이.조’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결정된 바 있다.

“처음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진짜? 우와!’ 하고 놀랐어요. 리메이크된다는 건 우리 영화의 소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새롭고 좋은 주제라고 인정을 받은 것이잖아요. 해외 배우 중에 강이안 역에 어울리는 배우는 키아누 리브스가 어떨까요? 물론 제가 결정한 건 아닙니다(웃음).”

‘유체이탈자’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단순히 화려한 액션에만 기댄 영화는 아니다.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주인공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윤계상은 “요새 꽂혀 있는 주제”라며 새롭게 얻은 인생관에 대해 밝혔다.

“제가 평소에 휴대폰을 정말 많이 봐요. 유튜브를 보거나 기사를 보는데 그러다 보니 현재의 나를 살지 않더라고요. 계속 휴대폰을 보면서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거나 항상 둘 중에 하나예요. 그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 윤계상이 갖고 있는 걸 표현하고 싶고 지금을 살고 싶거든요. 특히 요즘은 어떤 포장보다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걸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해 주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가상의 존재라도 돈을 주고 그 가치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인 것이죠. 그런 면에서 제 취향이나 생각이 대중 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존재이길 바라고, 지금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