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아미 덕분”… 숨 가빴던 1년
방탄소년단에게 2021년은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한해였다. 지난 5월 발매한 영어곡 ‘버터(Butter)’가 메가 히트에 성공하며 빌보드 ‘핫 100’에서 10주 연속 정상에 오른 것. 팝의 본고장인 미국의 빌보드 메인차트에서 이뤄낸 놀라운 성과였고 ‘2021 AMA’를 재패한 초석이 됐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썰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시상식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성으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수상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리더 RM은 “훌륭한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설 수 있어 놀랍고 영광스럽다. 4년 전 이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며 흥분하고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아미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본 뒤 “한국에서 온 소년 7명이 음악에 대한 마음으로 뭉쳐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것이 기적 같다. 전 세계 아미의 사랑과 지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멤버들 또한 “우리들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번 수상은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그동안 매 순간이 소중함을 배웠다”며 “아미 여러분이 우리의 우주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방탄소년단은 콜드플레이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열창하며 합동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버터’로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어 객석의 관객이 모두 일어나 호응하는 진풍경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전… 남은 과제는 ‘그래미’
현지 매체의 반응도 뜨거웠다. ‘USA 투데이’는 “방탄소년단이 엄청난 밤을 보냈다. 어쩌면 기적의 밤”이라며 “한국에서 온 보이밴드는 히트곡 ‘Butter’로 상을 받고, 시상식의 엔딩 무대를 장식했다”고 보도했다. CNN 또한 “팬들 앞에서 콜드플레이와 에너지 넘치고 불꽃 특수효과가 돋보인 공연이 펼쳐졌다. 진행자가 방탄소년단을 소개했을 때,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 그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을 정도”라고 대서특필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문재인 대통령 또한 “큰 축하와 감사를 보낸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석권하고, 그것이 국격과 외교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나”라고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방탄소년단에게도 이루지 못한 과제는 남아 있다.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음악상으로 손꼽히는 ‘그래미 어워드(이하 그래미)’에서의 수상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방탄소년단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아쉽게도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2121 AMA’의 대상 수상 이후 그래미 본상 수상에 내심 기대가 모아졌지만,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 또한 의아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다수의 매체들은 “놀라운 것은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올여름 메가 히트곡이지만 ‘그래미’는 단 1개 부문 후보에만 그들을 올려놨다”고 꼬집었다. 그간 일각에서 백인 음악 중심의 ‘그래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방탄소년단의 과제다. 해가 거듭될수록 백인 음악 위주였던 세계 팝시장에 그 누구보다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만큼, 유독 보수적 성향을 지닌 ‘그래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남긴다면 일곱 청년의 성취는 훨씬 더 밝게 빛날 것으로 보인다.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