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 절감효과 순기능 고객충성도 확보엔 역기능

사회의 개인화, 원자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람을 대하는 기업 서비스에서 ‘면대면(面對面)’을 빼 비용을 줄인‘무인 (無人) 서비스’가 활성화해 기업과 사회에 양면적인 파급효과를 부르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일단 기업의 비용절감 측면에서 이익이 크다. 무인 편의점은 인건비를 없애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무인 출국심사 역시 출국심사대에 근무하는 출입국관리소 공무원 숫자를 줄일 수 있다. 항공기 무인 탑승 수속 역시 인력감축 효과가 있다.

개인에 주는 효율도 있다. 무인 택배는 배달물을 집에가서 기다리는 불편을 없애준다. 무인편의점은 계산이 빠르며, 내놓고 사기 꺼려지는 제품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인 출국심사, 공항의 무인 탑승 수속 역시 붐비는 시간에 출입구에서 장시간 줄서 있는 시간을 줄여준다.

그러나, 우려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나 정서적 교류를 외면하게 해 사회적 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서비스가 고객 ‘충성도(loyalty)’를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무인서비스 도입이 활발해진 것을 두고 김동훈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인 서비스는 굉장히 빨리 움직이는 사회에서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라면서도 “휴먼터치와 인간대 인간의 인터렉션(interaction) 서비스의 가치가 중요한 고객 충성도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먼 터치(human touch)로 브랜드 이미지 창출을 해야 할 신생기업이나 고급 상표의 기업이 무분별하게 도입할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인 서비스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질의 중,저가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가피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계적 인간관계의 우려가 있어 고급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감성서비스를 계속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사물함에서 택배까지 무인 서비스 확대

기존의 지하철 사물함이 무인서비를 확대해 택배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역사 271개소에 설치된 ‘이지라커’가 그것.

이 사물함은 물품만 보관하는 기존의 사물함 서비스를 질적 양적으로 확대했다. 단순히 물품을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력하고 비용을 치르면 보관한 물품을 4시간 이내에 수령인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사의 라커로 배달해준다. 물건을 보관하고 신청을 하면 화물 발송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세탁하고 싶은 옷을 넣어두면 세탁업자가 세탁을 한 후에 다시 라커에 넣어둔다.

서비스의 다양화를 할 수 있던 비결은 새 인증시스템의 도입에 있었다. 이 사물함은 물품을 보관하고 열쇠를 챙기거나 비밀번호를 넣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났다.

물건을 넣고 신용카드나 핸드폰, 티머니(대중교통 선불카드)로 인증을 받도록 설계돼있다. 키를 소지한 본인이 아니더라도 핸드폰으로 인증번호를 받은 수령인이 물품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용카드로 인증받을 수 있게 돼 있어 비용 역시 현금 없이 지불할 수 있다.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이지라커는 삼성 래미안 방배 아트힐, GS건설 서초 부띠크모나코를 비롯한 35개 아파트 단지에도 설치됐다. 등기 우편물, 택배 등을 배달자를 직접 집안으로 들어지 않고도 배달받을 수 있어 주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의 불신풍조를 제품개발에 역이용한 셈이다.

■ 계산원 거치지 않고 물건 살 수 있는 편의점

무인 시스템으로 비용을 줄이고 고객이 자유롭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 편의점이 늘고 있다.GS리테일은 올 8월 인천공항역사에 무인 편의점을 열어 현재까지 10여곳에 점원 없는 편의점을 확대했다.

무인편의점이란 일반 편의점이 입점하기 어려운 소규모 공간에 과자, 음료는 물론 삼각김밥, 유제품까지 다양한 자동판매기를 들여놓은 모습이다. 사무실이나 버스정류장의 13㎡(약 4평)~ 16㎡(약 5평) 정도의 좁은 공간에도 개점이 가능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점포 임차료나 인건비의 상승에 따른 편의점 경영환경 악화를 탈피해보고자 시작하게 했다”며 “기존 편의점에 비해 임차료, 인건비, 영업비 등의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편의점은 성인용품, 여성용품을 비롯한 제품을 계산원이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점원과 눈인사, 수인사를 나누는 잔정을 느낄 수는 없다.

■ ‘이지라커’도입한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회장
"24시간 편리한 무인택배 현대인에겐 딱이죠"


인천공항은 ‘사람’을 없애고 대신 무인서비스 기기를 도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고객의 대기시간을 단축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6월부터 자동출입국심사 서비스를 개시해 사전에 등록된 여권을 출입국심사대에 대고 출입국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무인 출국심사대를 도입했다. 이 심사대는 출입국 심사관을 거치지 않고 자동심사대 내부에 있는 지문인식기에 양손 검지지문을 대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사진이 찍히면서 출입국 심사가 자동 완료되는 방식이다.

또 지난 1월에는 휴대전화로 항공편 예약번호와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탑승권 발권으로 탑승수속이 끝나는 모바일 안내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공항철도 개찰구에 38대의 공용 셀프체크인 단말기를 설치해 무인 탑승수속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최첨단 IT, BT기술을 도입한 무인 서비스로 인천공항이 유비쿼터스 공항(U-Airport)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유시간을 부가가치 창출로 연계하는 등 새 패러다임의 공항을 구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지라커 도입한 박철원 에스텍시스템 회장

‘이지라커’를 도입한 박철원(63) 에스텍시스템 회장에게 무인 사물함의 다용도 서비스를도입한 계기와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박 회장은 지난 99년 삼성 에스원에서 에스텍시스템을 분사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3년에는 자회사인 주식회사 이지라커를 설립했다.

박회장은 일본에서 풀타임시스템(FTS)의 다용도 사물함을 보고 아이템을 얻어 국내에서 ‘이지라커’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풀타임시스템(FTS)은 이지라커의 2대 주주로 무인택배시스템 기술 및 마케팅 협력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는 서울 역삼동 에스텍 시스템 본사를 취재한 다음날인 5일 이메일로 이뤄졌다.

-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면대면(面對面) 서비스보다 편안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나

이지라커 무인택배시스템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만든 서비스다. 택배로 물건을 보내거나 받을때 택배기사를 기다리고 만나서 보내고,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지라커 무인택배시스템은 24시간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이지라커 무인택배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맡기고 수령할 수 있어 든든한 비서와 같은 편안한 서비스를 느낄 수 있다. 또한 24시간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편리한 서비스로 타단지와의 차별화를 느낀다고 한다.

-면대면 서비스에 비해 분명히 한계도 있을듯한데

사용법을 잘 몰라 당황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해 편의를 돕고 있다. 사용법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 콜센터 호출자 역시 줄고 있다. 사용법을 안 뒤에 편리하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

- 사람 없는 서비스를 기획하는데 인건비 절감 외에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어떤 이점을 고려했나

24시간 언제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용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사생활 보호와 날로 다양해지는 범죄를 예방할 수있는 차원에서 큰 이점이 있다. 세탁, 도서, DPE 등의 생활서비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넓혀 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나

APT,오피스텔,주상복합 등에 살고 있는 주거공간에서는 등기우편 및 택배를 수령하거나 택배를 발송할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입주민들이다. 공공시설인 대학교, 지하철역, 쇼핑몰 등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고객들이 짐을 보관하거나 택배발송 및 수령을 하기 위해 이용한다.

- 성공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한마디로 하면 간단하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이다. 점점 생활환경이 급속하게 변화되는 생활과 맞벌이 부부 등이 많아지면서 사회를 통해 낮시간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없거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APT같은 주거 환경이 점점 무인경비로 변화되어 가는 환경을 빠르게 파악했다.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긴것이 성공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