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효능 결정짓는 '사포닌' 함량 및 종류 매우 많아원기회복·당뇨병 등에 효과 입증 '안전하고 좋은 식품'만병통치약 맹신은 금물… 함량미달 제품 유통 차단 숙제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특급’ 박찬호 선수는 올 시즌 전성기에 버금가는 강속구를 뿌려대며 부활에 성공했다. 야구팬들은 놀랍고 반가운 한편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회춘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밀을 박 선수가 지난 10월말 귀국 기자회견에서 살짝 털어놓았다. 첫째는 러닝훈련 강화. 하체 근력은 투수의 근본이나 마찬가지다. 둘째는 마우스피스 착용. 투구할 때 턱관절 통증을 줄여줘 마음대로 공을 뿌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밝힌 셋째 비밀은 산삼성분 엑기스 복용이다. 꾸준히 마셔온 산삼음료가 피로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박 선수는 자신이 복용하는 제품을 직접 들어보이며 신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건강식품 시장에 ‘산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예로부터 숨이 넘어가는 사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온 귀하디 귀한 산삼이 세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다만 조금 아쉽게도 극소수 사람들만 구경할 수 있는 수십 년에서 백 년 이상씩 묵은 그런 산삼은 아니다. 산삼 원뿌리를 배양해 만든 이른바 ‘산삼배양근’이 산삼 열풍의 주인공이다. 박찬호 선수가 복용한다는 산삼음료 역시 산삼배양근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다.

몇 해 전부터 서서히 붐을 일으켜 온 산삼배양근은 생체, 분말, 엑기스, 드링크 등 다양한 제품 형태로 시판되고 있다. 가격은 제품군에 따라 수만 원 안팎의 보급형에서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고급형까지 다양하다. 대체로 일반 서민들이 구매하기엔 아직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시장 규모는 완제품 기준으로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인삼, 홍삼을 포함한 전체 삼(蔘) 시장 규모가 1조~1조5,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몇 년 새 상당한 비중으로 성장했다는 계산이다. 최근엔 요리계에서 산삼비빔밥, 산삼삼계탕 등 산삼배양근을 주요 재료로 삼은 새로운 식단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산삼배양근은 산삼에서 조직 일부를 떼내 각종 영양분을 담은 액체에 담가 배양해서 만든 뿌리를 말한다. 여기에는 식물 조직배양 기술이 동원된다. 이론적으로는 산삼 한 뿌리만 있어도 얼마든지 대량복제가 가능하다. 생명공학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동물 체세포 배아복제와 비슷한 개념인 셈이다.

복제란 것은 원래 개체와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산삼배양근은 산삼 원뿌리와 과연 똑같을까. 국내 최대 산삼배양근 생산업체인 ‘비트로시스’ 측에 따르면 산삼배양근의 유전형질은 천연 산삼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자체 생산한 산삼배양근과 산삼을 대상으로 서울대 미생물연구소에서 ‘DNA 지문 감식법’에 의한 동등성 실험을 한 결과, 둘의 유전형질이 98.8% 동일하다는 사실을 얻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98.8%는 과학적 겸손함의 표현이다. 원 개체(F1)를 그대로 복제했기 때문에 산삼과 산삼배양근의 차이는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 따르면 산삼의 효능은 매우 다양하면서도 강력한 것으로 전해져 온다. 우선 허약한 신체를 회복시켜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진액(津液ㆍ몸 안에서 생겨나는 액체. 수액이나 체액 등) 생성을 도와 갈증을 없애는 한편 폐 기능을 강화시켜 천식을 다스리기도 한다. 또한 비위 기능을 도와 설사를 멈추게 하며, 체내의 독을 제거해 정기를 새롭게 한다. 나아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도 지녔다고 한다. 이쯤 되니 만병통치약이라는 신화도 생긴 것 아닐까.

한의학과 달리 현대과학에서는 산삼의 효능을 따질 때 ‘사포닌’(saponin)이라고 불리는 물질의 양과 종류를 잣대로 쓴다. 당류와 탄수화물의 복합체인 사포닌은 인체에 대한 효능이 상당히 큰 편이다. 콜레스테롤 배설을 빠르게 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다, 혈당과 혈중지질을 동시에 조정해줘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유익하다. 또한 사포닌은 구조가 여성 호르몬과 유사해 여성에게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산삼에 함유된 사포닌의 양과 종류가 많을수록 산삼의 효능도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蔘)도 종류별로 사포닌 함량이 다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6년생 국내산 인삼의 사포닌 함량은 원뿌리 건조중량 기준 1g당 약 10mg 정도다. 반면 산삼은 그보다 약 4~5배 정도 많은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다. 100년 묵은 자생 산삼의 주요 사포닌 함량은 1g당 70mg 수준이다. 또 장뇌삼(씨앗을 산에 뿌려 재배한 산삼)은 30mg 정도다.

사포닌 함량을 기준으로 하면, 산술적으로는 6년생 인삼 예닐곱 뿌리를 섭취하면 100년생 산삼 한 뿌리를 복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산삼은 인삼에 거의 함유돼 있지 않은 종류의 사포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삼은 산삼이고, 인삼은 인삼일 뿐인 것이다.

산삼배양근 효능을 가늠하는 잣대도 역시 사포닌이다. 비트로시스가 자체 생산한 산삼배양근의 경우 사포닌 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1g당 150mg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00년생 산삼의 2배가 넘는 함량인 셈이다.

산삼배양근이라고 해서 모두 사포닌 함량이 많고 효능이 우수할 수는 없다. 애초 복제 대상이 되는 산삼 원뿌리의 질이 좋아야 산삼배양근의 품질이 좋을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산삼배양근 기술을 개발한 비트로시스 손성호 박사는 “자연 산삼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사포닌 함량이 많지만, 복제(산삼배양근)의 경우는 나이보다 우량 유전자를 보유한 산삼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수한 품질의 산삼 선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생산공정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위생적으로 통제되느냐가 산삼배양근의 최종적인 품질을 결정한다. 산삼배양 핵심설비인 생물반응기(bio-reactor)의 성능과 운용능력에 따라 그 결과는 ‘도라지와 산삼의 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산삼배양근 개발 기술을 갖고 있거나 갖고 있다고 자처하는 업체는 셀 수 없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적의 산삼배양 시설과 연구개발 인력을 갖춘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작은 실험실 규모의 영세업체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산삼이라는 말에 혹해 제품을 구입할 경우 엉터리에 속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산삼배양근 함량이 턱없이 적으면서 제품 용기에는 교묘하게 부풀리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산삼배양근을 약품이나 건강식품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법적으로는 그렇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삼배양근은 일반식품 원료로 분류되고 있다. 영양기능식품정책과 강길진 연구관은 “산삼배양근은 기능성 원료로 고시되거나 혹은 기능성을 개별 인증받은 사례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 때문에 업계에서도 산삼배양근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비트로시스 김현주 이사는 “산삼배양근은 신체 면역력 증강, 신체 항상성 유지, 원기 강화 등의 건강효과가 입증된 안전하고 좋은 식품”이라며 “제품 규격 및 함량에 대한 표준화를 서둘러 함량 미달 제품은 퇴출시키고 우수 제품은 널리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던 2008서울국제식품전에서 산삼배양근 개발업체인 비트로시스가 산삼배양근을 원료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 산삼배양근의 생장
3- 우수한 산삼
4- 생산용 생물반응기
5- 산삼배양근의 수확

■ 산삼배양근과 사포닌의 관계

산삼배양근은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6배 정도 높으며, 간장 및 피로회복에 관여하는 Rb1, Rh1, 기억력 강화 및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Rg1, Re, Rg2와 항암 및 면역력 증강에 관여하는 Rh2, Rg3, 당뇨 및 비만에 관여하는 Rb2, Rg1 및 Rf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인삼이나 홍삼에는 없는 사포닌 종류를 다량 함유해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다음은 사포닌 종류별 효능이다.

▲Rb1 간기능 개선, 피로회복, 해열

▲Rb2 당뇨 조절, 비만 및 동맥경화 방지, 간세포 증식

▲Rh1 간기능 개선, 피로회복, 혈소판 응집 억제

▲Rh2 항암, 면역력 증강

▲Rg1 기억력 강화 및 치매 예방, 당뇨 조절, 비만 방지, 피로회복

▲Rg2 기억력 강화 및 치매 예방, 혈소판 응집 억제

▲Rg3 항암 작용 및 항암제 내성 억제 기능, 면역력 증강

▲Re 간 보호, 골수세포 합성 촉진, 기억력 강화 및 치매 예방

▲Rf 당뇨 조절, 비만 방지 및 지질과산화 억제. 뇌신경세포 진통작용

▲Ro 알콜 해독, 염증 치료

▲Rc 진통작용, 단백질 및 지질합성 촉진

▲Rd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촉진 작용

■ 산삼배양근 생산공정

▦자생산삼 선정하기: 배양근은 모체의 성질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질 좋은 산삼을 골라야 한다.

▦무균 처리: 단 한 마리의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효모 등)이라도 배양액에 들어가면 산삼배양근은 죽어버린다. 산삼에는 표피뿐 아니라 내부에도 여러 미생물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줘야 한다. 깨끗한 물로 산삼 뿌리를 씻고, 주정(알코올 함량 99% 이상)으로 산삼 표면에 붙어 있는 미생물을 1차로 제거한 뒤, 불로 그을려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유리접시에서의 배양: 유리접시에 영양액을 넣고 스팀으로 소독한 후,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산삼 내부 생장조직을 배양한다. 기본 방식으로 하면 특수약품이 첨가되어야 하는데, 이로 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허받은 전기충격 방식으로 뿌리가 자라나도록 유도한다.

▦선발: 한 뿌리의 산삼에서 약 100개의 뿌리가 만들어진다. 그 중 생장속도, 생체중량, 건조중량이 우수한 개체를 1차 선발한다. 이것을 20리터 규모의 배양통에서 다시 생장시킨 후 사포닌 함량을 분석하여 2차 선발, 대량생산에 이용한다.

▦배양통에서의 배양: 선발된 산삼배양근의 물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생장조건에서 배양한다. 모든 배양통은 미생물 오염방지를 위해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되어 있으며,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수확 및 건조: 배양통에서 약 60일 정도 지나면 배양기 1톤당 약 100kg의 생체중량을 얻을 수 있다. 제품에 따라 풍건, 저온건조 혹은 동결 건조되어 저온실에서 보관한다. 배양근은 수분 함수율이 약 94%에 이르기 때문에 100kg의 생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조분말은 약 7kg 안팎이다. 비트로시스는 현재 20톤급 생물반응기 8대를 가동해 매달 약 500kg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품질관리: 저온실에 보관된 제품은 제품 검사팀에 의하여 엄격히 규정된 자체 품질관리(Q.C.) 절차에 따라 성분 분석 등을 실시한다.

(자료제공: 비트로시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