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25일 시카고 정권인수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용주의자 임을 명백하게 말했다. 이를 요약한다.

<<미국인이 원하는 건 상식과 현명한 정부다. 국민은 이데올로기를 원치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건 말다툼이나 저격이 아니라 행동과 효율이다. 대선 결과는 나라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내가 받은 53%의 지지율은 어떤 정당이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지혜를 말해 주는 것인 만큼 우린 겸허한 마음으로 행정부를 출범 시켜야 한다.>>

이 회견을 본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표방한 실용주의 노선과 오바마의 실용주의가 같다고 느꼈을까.

해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번 방미 및 APEC 정상회담을 취재 했던 한국일보 청와대 출입 염영남 기자의 27일자 ‘기자의 눈’에서 찾아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욕 과잉이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사라는게 아니라 원칙이 그렇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지금이 주식 매입 적기’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만일 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지금 당장 잔뜩 매입에 나섰는데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1년 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어찌 할 것인가. 비난과 원성이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고 정권은 신뢰를 잃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때문에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훗날 대부분 실현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상캐스터처럼 앞일을 예단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신뢰추락은 대통령 개인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전체의 혼선과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염 기자가 우려한대로 스스로 실용주의자 인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역전’ 현상이 일어 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6일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 지지률에 이상 현상이 생겼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3.7%로 한나라당에 비해 8.6%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지난 3월 취임때 당과 대통령이 50%대로 같았다. 그 격차는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정권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 났을까. 오바마 당선인이 규정하는 실용주의와 이 대통령 스스로의 실용노선의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오바마의 실용은 “이데올로기 다툼이 없는 효율 있는 행동”으로서의 실용이다.

이 대통령은 “주식을 사고 파는 기상케스터 같은” 착시 실용노선이다.

이를 실증시켜주는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년생. 컬럼비아 대학 학,석,박사(51.54.59). 컬럼비아대 사회학 교수(59-71년) 뉴욕주립대 빙엄튼대 교수(76-99년), 현재 이대학 부설 페르낭 브로델 쎈터 명예소장. 예일대 수석 연구학자. ‘코멘터리’라는 칼럼을 1개월에 두번 쓰고 있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지식의 불확실성’,(2007년) ‘미국 패권의 몰락’(2004년)등 7권이 번역되어 나옴> 그의 오바마 당선을 보고 분석한 ‘오바마의 승리-공포와 희망’을 요약한다.

<<미국과 온 세계가 버럭 오바마의 당선을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이제는 선거 과정 중 무시 되었던 인종문제 대신 세가지 문제가 다가왔다. ‘이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가 ▲오바마 승리는 무엇을 뜻하나 ▲무엇이 일어 날것인가 등 세가지 문제다.…

오바마는 크고 복잡한 정치상황속에 승자가 했던 대로 선거운동을 해 숭리했다. 그는 여러 서로 다른 정치세력과 연합해 승리했다. 극좌에서 중도 우파까지 전 영역에 걸친 공조 없이는 그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 만약 극좌파가 그를 지지 않했다면 승리 못했을 것이다. 특히 매케인 기독교 극우파인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택하지 않았다면 극좌파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독교 극우파는 공포였고 공화당 우파마저 오바마를 지지하게 했다. 오바마는 이런 극우에 대한 공포를 “나는 확고하고 쎈스 있는 ‘실용주의자’다”며 없애게 했다. …

앞으로 그에게는 두가지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변화하고 있는 세계체제를 어떻게 조정 할것이냐 하는 것과 세계 경제위기의 해결책이다.

세계체제는 유렵연합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등의 지지속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건 미국이 나머지 국가들을 평등하게 대접하고 낮은 파트너로 취급 안할 때 가능해진다. …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지도자가 아니며 다른 주요강대국처럼 한 파트너에 지나지 않는다. 오바마는 이런 의식을 미 국민에 심어야 하고 또 그는 그렇게 할 수 있다. …

오바마는 미국 국내에서 세가지 압력을 받는다.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새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활동을 늘리고 낙후된 사회경제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보험제도를 전 국민에 적용하고 예방의료에 힘을 쏟아야 한다. 법무부를 개편해 지난 8년 아니 30년 자행 되어 온 군사조직 같은 법무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

그에게 많은 것들이 꾸준히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낮은 자세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대할 때 그는 ‘공포’를 주기보다 ‘희망’을 줄 것이다.>>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에 희망을 거는 이들은 이메뉴얼 월러스턴의 책과 ‘코멘터리’칼럼을 읽기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