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몇 해전 인기를 모았던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하우스'는 칭찬과 비판을 모두 받은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새로운 집을 선사한다는 건강한 기획의도 저편으로 러브하우스 당첨은 '복권 확률보다 낮은' 허망한 꿈을 품게 만든다는 문화단체의 비판도 있었다.

이런 갑론을박을 뒤로하고,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구조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 이념을 실감한 적이 있다. 어렵고 가난했던 우리 주변 이웃은 방송사가 만들어준 집에서 '스위트 홈'을 만들어 나간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삶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철학자 알랭드 보통은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는 명제로 에세이 <행복의 건축>을 낸 적 있다. 책에서 그는 '건축은 행복의 가능성을 전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처럼, 건축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에 잠기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은 건축물을, 인간이 보다 균형 잡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분석한다. 건축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으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건축을 향하여>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의 명저다.

그는 평면을 '생성원(生成元)'이라고 말한다. 건축은 그 평면에 볼륨을 불어넣고 그것을 둘러싼 '표면'을 통해 인간의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건축에 있어서 무질서를 지양하는 조정선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축가 개인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독단이 지나칠 때 건축은 예술 본위의 정신에서 위배되는 결과를 낳는다. 세계의 척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 아래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양으로 읽는 건축>은 건축학자 중 드물게 대중성과 전문성을 지닌 이화여대 건축과 임석재 교수가 쓴 책이다.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과 한국 현대사회에 건축이 끼친 그림자를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한국의 20세기 근대화의 과정에서 건설은 핵심 주역이었고, 현대 한국사회에서 건축의 의미, 건축의 역할, 건축이 나아갈 방향, 이상적 건축 모델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건축에 대한 공학적 기술만이 아니라, 예술과 인문학적 이해를 통해 건축이 사회에서 올바른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지은 이 책은 저자 분명한 건축관을 엿볼 수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