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중반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흐트림이 없었다. 11월13일 동교동 자택에서 이준희 한국일보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그랬다.

DJ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어요. 그동안 남쪽에서 퍼주기, 퍼주기 하는데 어째서 퍼주기인가요. 북에 쌀 주고 비료를 준 것은 사실인데, 그건 김영삼 정부 때도 했어요. 한 번 생각해봅시다. 개성은 이북 땅이고 서울을 공격하는 축선 상에 있는 최전방 지역입니다. 김 위원장은 3개 여단과 장사포를 다 밀어내고 개성공단에 내주었습니다. 우리가 만약 문산을 내줬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금강산 관광도 장전항 해군기지가 있던 곳에 북한 해군의 반대를 누르고 우리에게 내준 것입니다. 그런데 퍼주기라고 할 수 있나요. 앞으로도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은 가난하지만 경제적 잠재력은 중석, 마그네슘, 동, 석탄 등 엄청납니다. 세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어요. 세계 관광객들이 아프리카 오지까지 가보았지만 북한은 못 가봤기 때문에 관광자원도 많습니다.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평양, 개성이 있어요. 우리가 손잡고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얼마나 덕을 봅니까.

노무현 대통령 때도(10ㆍ4 선언으로) 해주니 원산이니 얼마나 많이 얻어왔습니까. 북한이 다 주지 않았습니까. 퍼주기가 아니라 퍼온 것입니다. 그런 것을 뒤집어 씌워 마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공산당과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어 퍼준 것이라고 하는대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내놓을 것을 내 놓았어요. 그러니 우리도 약속대로 개성공단에 기숙사를 지어주고, 금강산관광 부활시키고 풍선 날리기를 그만 둬야 합니다.

미국이 준 쌀을 우리가 주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쌀 주고 비료 줘서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변화시켰어요. 북한사람들이 우리를 원수로 알았지만 남쪽의 군 통수권자가 화해 협력 발언을 하고, 남쪽의 쌀 포대와 비료 포대가 가니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남쪽에 대한 증오심, 기회만 있으면 삼키겠다는 게 바뀌고 그래서 이만큼 긴장이 완화됐어요. 과거 판문점에서 총만 쏘면 문제가 됐는데 이제는 핵실험을 해도 가만히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금강산에 183만명이나 가니 북한에 대한 면역성도 생겼어요. 이렇게 된 것을 두고 퍼주기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DJ는 11월27일 평양을 다녀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려 하고 있다. ‘비핵ㆍ개방ㆍ3000’정책은 미국 조치 W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한 것이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발언을 지켜본 김영삼 전 대통령은 11월28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

<<김대중씨의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국기 문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용서 하지 않을 것이다.북한을 노다지라는 사람이 있다.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동의는 물론 공감조차 할 수 없는 말이다.… 김정일 주변은 초호화 사치를 하지만 수백만의 북한 주민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는 곳이 북한이고, 수십만 명의 북한 동포가 5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 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그런 생지옥인 북한을 ‘노다지’라니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다. … 김대중씨는 김정일 독재자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면서 뒷돈으로 5억불을 비밀리에 송금했던 사람으로, 비밀송금 사실이 탄로나자 ‘통치 행위’란 구차한 변명으로 빠져나가고 심부름 했던 사람들만 사법처리 됐다. …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으로 노무현 정권까지 10년간 14조원이나 퍼줘서 북한이 핵실험 하게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김정일 독재체제를 연장시켜 북한 주민을 기아선상에서 고통받게 한 장본인 이다. … 이제 잃어버린 지난 10년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심판으로 정권이 바뀌어 굴욕적인 대북정책을 바로잡으려 하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자신이 우리 국민과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대정부 투쟁을 선동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81세의 YS는 11월29일에는 상도동 자택에서 ‘선데이 중앙’ 전영기 편집국장과 인터뷰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 -난국 극복을 위해 DJ와 힘을 모을 생각은 없나.

김대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에 보내는 것이다. 이북이 노다지 나오는 곳,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북에 가서 살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김정일에게 5억 달러 갖다주고 구걸해 회담을 했지 않나. 그 뒤에 김대중, 노무현 둘이 14조원 갖다주고 솔직히 우리가 얻은 게 뭐냐. 전부 이북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이북이 이제와서 사람 못들어온다고 하고…참 애들 말마따나 웃기는 얘기지…

- 93년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는데

오늘 처음 말하는 건데 그때 그 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원리대로 하면 옳은말 같지만 남북은 전쟁을 했던 사이고 이후에도 계속 전쟁관계에 있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를 취임사에 넣은 한완상 전 부총리겸 통일원장관(93년2월~12월)은 12월2일 ‘예수 없는 예수교회’라는 역사적 예수의 상실과 회복에 관한 책을 냈다. 그는 이 대목에 대해 밝혔다.

<<김 대통령이 “ ‘후회한다’는 보도를 듣고 ‘믿을수 없다’. ‘가슴이 무너졌다’, ‘오해이길 바란다’ 고 오마이 뉴스 구영식 기자에게 말했다>>

DJ정부때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2001년1월~2002년1월)을 지낸 한완상 교수는 ‘DJ, YS, 그리고 한완상의 2008년 송년회’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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