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되돌아보니 ‘보람’ ‘결실’ 같은 단어보다는 그저 바쁘게 허겁지겁 살아왔다는 느낌뿐이다.

혼자만 그리 살아온 것은 아니고 우리도, 우리의 직장과 가정도, 나라도, 세계도… 어떻게 지내왔고 가고 있는 것인지 평범한 우리로써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에 따라 경황없이 숨차게 지내온 지난 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하루 하루를 지낸다.

이즈음 우리의 일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물이름이 바로 헐떡이풀이다. 정말 세상살이에 헐떡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식물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면 ‘세상에 식물이름이 헐떡이풀이라니!. 싶겠다.

하지만 들을수록 재미나다. 이 식물을 산에서 처음 만나는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올라가는 길목 일색고사리가 일색으로 덮인 길에서 가파른 등산로에 숨을 헐떡거릴 즈음이니 더욱 재미나다.

한창 숨가쁘고 고되게 올라갈 즈음 이 작은 식물의 이름하나만으로 금새 피로를 잊는다. 본디 이 식물은 그 분포가 제한적인 귀한 식물이지만 자신을 우아한 포장이 아닌 적나라하고 친근감 넘치는 이름을 붙이므로써 금새 정겨워 지고 주변도 행복해진다. 어려울수록 식물이름 하나에 들어있는 여유와 유머가 멋지다.

헐떡이풀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엔 울릉도에만 자란다. 그래서 보전해야 하는 희귀식물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에도 자라긴 한다.

한 두 뼘 높이쯤 자라는 크지 않은 줄기 밑에 얕게 갈라지는 잎이 두 세장씩 모여 달리며 꽃은 그 끝에 달린다.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 사이에 피는 꽃은 아주 작은 꽃들이 바로선 포도송이처럼 그렇게 달린다.

헐떡이풀이란 이름은 가파른 산길을 숨을 헐떡이며 오르다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상상을 하기도 했지만 숨이 가쁘게 기침하는 천식약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천식약풀이란 별명도 있고, 헐떡이약풀, 산바위귀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황수지(黃水枝)라는 생약이름으로 식물체 전체를 이용한다고 한다. 한기를 없에주고 피를 잘골게하며 무엇보다도 천식에 좋은데 말린 식물체를 달려먹기도 술에 담궈먹기도 한다. 실제로 현대의학에서도 이 성분을 눈여겨 보아 연구한 결과 항염, 항알레르기 및 항천식 활성을 갖고 있어서 이를 치료하는 약의 조성물로 특허를 받아놓고 있다.

분경이나 분화를 하시는 분들도 가혼 이 헐떡이풀을 이용하시므로 꼭 울릉도에 가지 않아 이런 것들을 파는 곳에서 볼 수 있다. 대게는 포기를 만들어 분에 넣어 키우고 있으며, 특히 개성있는 잎에 무늬가 들어간 종류를 골라 키우기도 한다. 키우기에 아주 까다롭지 않은 종류이니 아주 그늘지거나 아주 볕이 드는 것이 않는 장소라면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

연말에 일도 많고, 모임도 많고 날씨도 차가워져 저녁 걷기를 중단하였더니 피곤함이 더 한 듯 하다. 일상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은 헐떡이지 많고 차분하게, 대신 운동은 숨이 차서 헉헉거리도록 열심히 하며 남은 한해를 보내야 겠다. 그래야 내년 봄이 오면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헐떡이풀을 만나며 성인봉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00@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