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개인적으로는 귤이 풍년이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귤들을 유난히 달고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살감기에 몸이 편치 않은데 한껏 귤을 먹으면 비타민이 풍부하여 감기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쌓아 놓고 먹다보니 단 열매만 알고 그 나무는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귤이 지천으로 흔해졌다. 누군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과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만해도 귤은 아주 귀한 과일이었는데 싶다.

그 뿐인가 귤나무 몇 그루 있으면 아이들 대학을 보낼 수 있다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우는 나무의 하나인 때도, 재배지가 서귀포에서 제주로 올라오는 일이 뉴스였던 것 등이 모두 엊그제 같은데, 그 낯설고 귀한 과일나무가 이젠 우리나무로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언제부터 이 땅에 들어온 것일까? 사실 우리가 지금 보고, 먹는 귤들은 오랜 세월동안 품종으로 만들어져 개량 보급되어 야생의 귤과는 한참 차이가 난다.

귤 집안 식물들이 분포하는 중심지는 인도와 중국의 남부가 그 중심이라는 이라고 하며 동남아시아로 퍼져 갔다. 우리나라엔 고려사에 제주에서 백제 문주왕 때 공물로 헌상한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ㅔ를 거켜 조선시대엔 관노비를 통해 재배를 시킨 기록도 있다.

아주 오래전엔 몇 가지 품종들이 있으나 오늘날처럼 먹기에 좋은 달콤한 종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늘날 먹고 있는 종류는 1900년애 초기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으며 전쟁이후 귀한 값으로 인식되어 급속히 많이 재배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여러 종류 중에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것은 온주밀감을 다시 개량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쉽다.

귤은 운향과에 속하는 상록성 중간키나무이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뾰족한 모습인데 잎자루에 날개가 달리는 특징이 있다. 줄기엔 비슷한 유자나 탱자처럼 가시가 없어 이 또한 좋다. 꽃은 5월 즈음 핀다. 몇 년전 인가 제주도를 가로지르는 차속에서 더할 수 없이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향기의 주인은 바로 귤꽃이었다. 꽃은 순결한 흰 빛으로 곱디 곱다.

누구나 잘 알 듯 이 귤은 귀한 과일나무이지만 열매나 꽃이 좋으니 관상용으로 손색이 없고, 약용으로도 쓰임새가 높다. 특히 귤 열매가 익기 전에 따서 말린 것을 청피, 익은 열매껍질을 말린 것을 진피라 부른다.

귤이 감기에 좋고 피부미용에도 좋으며 추위를 견뎌내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보면 겨울철 귤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나쁠 것이 없을 듯 하다. 어른이 하루 필요로 하는 비타민 C의 80%가 귤 하나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밖에도 고혈압, 가래와 기침, 동맥경화등 여려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하루종일 감귤따기 농장에 다녀오신 지인이 푸른 잎과 샛노란 열매가 조랑조랑 매어달린 귤나무 가지를 하나 가져다 주셨다.

가지에 달린 귤을 온전하게 가져 오시려고 에 이런저런 짐 속에 조심스레 싸서 오신 마음이 아직까지 온기로 남아 있다. 겨우내 차창에 달고 보고, 껍질은 말려 다시 노란빛의 차를 만들어 기침을 달래야 겠다. 사람이 나누는 마음은 이런 것일 것이다. 세상의 어떤 것 보다 따뜻하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이런 따뜻함이 가득한 채 한해를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