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원 오지여행 20대에 계획하고 40대에 8개국 대장정 마쳐박춘하 지음/ 장서가 펴냄/ 11,000원

1988년 여행자율화가 시행되기 이전, 해외여행은 선택된 소수의 특권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이나 여행을 할 수 있다.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는 징검다리 휴일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행에세이가 붐을 이룬다. 영화배우 배두나, 소설가 김영하, 방송작가 이병률 등이 잇따라 여행에세이를 출간하며 여행관련 서적은 2000년대 출판트렌드가 됐다. 세계 각 도시의 세련된 모습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이 책들은 20~30대 젊은이들이 꿈꾸는 삶을 보여준다.

신간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제목처럼 아프리카가 여행의 주 무대다.

유명 도시에서의 일상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일련의 여행에세이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책에 실린 글과 사진은 앞에서 소개한 여행에세이들처럼 세련되지도, 멋있지도 않지만, 작가는 자연 날 것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일반 여행에세이와 차별화를 꾀한다.

저자 박춘하는 여행자율화가 시행되기 이전인 스무 살에 아프리카 오지 여행을 꿈꿔 40대 후반에 이 꿈을 이룬 여행전문가. 그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영 떠나지 못할 것 같은 절박함으로” 이제까지 하던 사업을 접고 아프리카로 간다.

1- 남아프리카 공화국
2- 탄자니아
3- 케냐
4- 나미비아
5- 말라위
6- 탄자니아
7- 잠비아

■ 아프리카의 꿈

저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여행을 시작해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 케냐 등을 순회한다. 케이프타운에서 처음 마주한 아프리카는 유럽의 작고 예쁜 도시를 연상케 한다. 백인들이 부를 차지하고 흑인들은 가난에 허덕이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흑인 가이드 마티어스와 함께 그는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한다.

사람들의 손길이 낯설지 않은 물개들의 천국 물개섬, 뜨거운 태양과 한 없이 펼쳐지는 붉은 모래사막,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빅토리아 폭포 등 자연의 장관을 보며 “아프리카로부터 받은 최상의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한다. 저자는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며 “잠깐의 공포 속에서도 충만감을” 느낀다.

그는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에서 누를 사냥하는 암사자를 보며 두려움에 떨다가, 초베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떼를 만나기도 한다. 사막에 누워 별을 세며 ‘이런 사막에서 밤을 지새우기를 얼마나 소원했는지’에 대해 말하며 ‘아라비아 상인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즐거워한다.

오지를 향해 떠난 아프리카에도 사람은 있다. 순수하고 정 많은 아프리카인을 만나며 저자는 인종과 언어를 초월해 우정을 나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시간에 대한 개념 없이 오로지 당면한 생활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여행은 또 다른 시선을 갖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지상 낙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프리카”라며 8개국의 대장정은 막을 내린다.

사실 책에는 20~30대 젊고 아름다운 저자도, 감각적인 글도, 감동적인 사진도 없다. 저자의 여행은 ‘기대보다’ 밋밋하고, 글은 담백하며 사진은 광활한 아프리카를 상상하면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 책의 의미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모든 것을 걸고 꿈을 향해 나아갔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저자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아프리카에서 꿈을 꾸었고,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꿈을 가진 삶은 아름답다. 그 꿈이 시간이 멈춘 곳이자 생명의 시원인 오지를 여행하는 것이라면 더욱 황홀하다. 아프리카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을 읽는 건 그래서 꿈만 같다. 팍팍한 현실에서 새로운 꿈을 찾는 자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