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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블루오션, 아동도서 시장
출판계 '캐시카우' 아동도서
부모들의 열성과 조기교육 심화 등 원인 불황에도 비약적 발전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최근 몇년 간 출판 시장에서 일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동출판물이 출판계의 ‘캐시 카우’인 문학 출판 시장 규모를 추월한 것.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달 12일 발간한 ‘2008 문예연감’에 따르면 2007년 아동도서 출판 시장 규모는 1조 469억 원으로 전년도 3,015억 원보다 1년 사이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도서 시장은 2위인 문학 출판 시장의 3,346억 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기록했다.

발행부수에서도 2007년 아동물 신간 발행은 5,674만 부로 2006년보다 16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문학을 비롯해 종교, 순수과학, 역사 등 대부분의 출판 분야가 감소세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만하다.

2008년 국내 출판 시장의 공식 집계 결과는 아직 없지만, 지난 달 17일 인터파크에서 발표한 ‘2008 도서판매 집계결과’에 따르면 종합 베스트 100위 가운데 유아, 아동 도서가 35권으로 문학 20권, 자기계발 16권을 가볍게 따돌렸다.

■ 불황에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이유

사실 아동도서 시장은 2004년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워왔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1,400~1,500만 부 가량의 발행부수를 보이던 아동도서 시장은 2004년 2,100만 부로 급성장했고, 2007년에는 5,674만 부를 발행했다. 2000년 1,406만 부와 비교하면 무려 40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처럼 아동도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게 된 것은 뜻밖에도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불황을 맞아 영세 출판사가 잇따라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출판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는 아동도서로 출판사들의 투자가 집중된다는 것.

인터넷서점 ‘예스 24’ 송은주 도서팀장은 “아동 출판시장의 확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성인 출판시장이 많이 축소된 반면, 아동 시장은 상대적으로 여파를 덜 받은 편”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이어 “아이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성이 점점 높아지는데다 조기교육이 심화되는 현상도 아동 출판시장이 팽창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급증한 어린이 출판사는 1994년 민음사를 시작으로 창비, 김영사, 시공사, 문학동네 등 대형 출판사들이 어린이 책 전문 출판브랜드를 탄생시키면서 더욱 시장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대형출판사가 어린이 출판파트를 강화한다든가, 또는 인문·사회과학·자기계발서 전문 출판사가 어린이 출판브랜드를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기계발서를 어린이용으로 제작하고, 이 책이 다시 아동도서 코너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도 최근 출판시장의 특징이다.

살림출판사는 2006년 살림어린이 브랜드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시크릿>을 아동도서로 만든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를 출간했다. 경영전문 출판사 국일미디어는 어린이 브랜드 국일아이에서 <어린이를 위한 꿈꾸는 다락방>을 출간했고, 위즈덤하우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을 출간했다.

■ 아동도서 전문 필진 시급

최근 아동도서 출판시장이 급성장한 또 다른 이유는 아동문학에서 논픽션물로 콘텐츠 중심이 옮겨 가며 시장이 커진 데 있다.

이것 역시 경제적 요인과 맞물리는데, 2000년대 이후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교과서 연계 독서’를 강조하면서 교과서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학습도서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며 출판사들이 앞 다투어 이런 종류의 책을 출시하게 됐다.

교과서 연계 독서란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을 설명해둔 단행본을 직접 찾아 읽어 보는 것을 말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아동출판코너 북마스터 김윤규 씨는 “<마법천자문>, 시리즈, <메이플스토리-수학도둑>, <살아남기>시리즈가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면서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들 책의 특징은 만화의 형식을 빌려 교과서 내용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책이라는 것.

엄연한 의미에서 ‘논픽션’으로 보기 어렵지만, 동화, 동시와 같은 문학 작품과 확연히 구분된다.

시리즈는 초등학교 과학 내용을 만화 형식으로 설명한 학습만화이고, <메이플 스토리-수학도둑>은 온라인만화 ‘메이플스토리’에서 줄거리를 따와 수학의 원리를 알려주는 만화책이다. <살아남기>시리즈 역시 교과서와 연계된 역사, 문명 사건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쓴 책이다.

인문·사회과학·자기계발서 전문 출판사가 어린이 출판브랜드를 만들어 아동출판시장에 진입하는 현상 역시 논픽션물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어린이출판사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최근 교과서와 연계된 출판물에 부쩍 관심을 갖는다. 최근 수익이 줄어드는 인문,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아동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출판사들이 아동도서를 낼 때 ‘교과서에 실린’이란 부제를 많이 붙이는데, 이런 부제를 붙이면 바로 판매량이 달라진다. 동화나 동시 등 창작물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출판사들이 아동도서를 출간할 때 논픽션물에 관심을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론 팽창하는 아동도서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선, 전문 작가의 부재다.

논픽션물이 각광받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 익명을 요구한 어린이출판사 관계자는 “논픽션물의 경우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석박사 수준의 작가는 아동도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작업에 참여하기를 꺼리거나, 어린이 수준의 언어로 책을 쓰지 못한다.

석박사급 전문 필진의 조언에 따라 ‘대필 작가’가 중간에서 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대필 작가는 전문 지식이 부족해 책의 정보가 틀릴 때가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논픽션 아동도서는 동시나 동화 등 아동문학 작가들이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문학 작가들이 논픽션물을 다루다 보니, 콘텐츠 수준이 보장이 안 된다. 중간 필자(대필 작가 혹은 공저자)를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아동출판 시장의 선전은 계속될 듯하다. 교보문고 북마스터 김윤규 씨는 “경기침체로 시장 위축이 있겠지만, 학부모들의 교육열로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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