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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포르투갈 왕정 풍자적 묘사
환상적 리얼리즘 속 개인의 역사·현실과 허구의 공존
'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해냄 펴냄/ 14,800원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이 책의 저자 주제 사마라구는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이란 걸출한 타이틀이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때문이다.

1922년 포르투갈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년간 공산당 활동에 전념하다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발표하며 다시 문단을 주목을 받았다.

1982년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그는 이 작품으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문학세계사는 노벨상 수상작을 번역, 출간했는데 신간 <수도원의 비망록>은 이를 개정한 것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초반의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풍부한 환상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소설은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은 발타자르와 종교재판소의 횡포로 어머니를 여읜 블리문다 사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들과 저명한 학자이며 성직자인 바르톨로메우 신부, 엄숙한 왕 주앙5세와 왕비 마리아 아나 조제파 사이의 이야기가 대비를 이룬다.

국왕 주앙 5세와 마리아 아나 왕비는 왕위를 승계할 아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중 프란시스쿠 수도회가 “수도원을 하나 세우겠다고 약속하면 하나님이 자식을 허락할 것”이란 말을 전한다. 왕은 거대한 수도원을 약속하고 왕비는 곡 임신하다. 왕은 약속을 이행키로 하고 그 고된 노역을 이루기 위해 농민들을 징집한다.

한편,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는 신학적인 전제를 뒤엎을 수 있는 하늘을 나는 기계를 발명하겠다는 꿈을 품고 바르톨로메우 신부를 만난다. 이들은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는 파사롤라(포르투갈어로 ‘큰 새’를 뜻함)라는 기구를 완성하고 바르톨로메우 신부는 이를 국왕 주앙 5세에게 알린다.

하지만 당시 ‘하늘을 나는 기계’는 신의 섭리를 부정한 매우 위험한 시도였고 더구나 신부는 파사롤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이 아닌 ‘인간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해 왕을 격노케 한다.

결국 세 사람은 종교재판에 회부되지만, 블리문다는 신비한 힘으로 인간의 의지를 끌어 모으기 시작하고 파사롤라는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역사적인 사실과 풍부한 상상력이 결합된 이 소설은 18세기 마프라 수도원의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담으며 개인의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른다.

작가 주제 사마라구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리지만, ‘공산당 활동’이란 그의 전력이 말해주듯, 현대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끊임없이 고발하고 있다.

이 점은 작가가 비교적 ‘비대중적인’ 환상문학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보편성과 작품성을 획득하는 이유다. 18세기 포르투갈 왕이 가지고 있던 절대 권력과 종교재판의 환상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생생히 그려낸 이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한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 등의 초석이자 작가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수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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