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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칼럼을 접으며





박용배 언론인



나 <朴涌培, 1939년생, 서울대 외교학과(64년), 한국일보 견습 17기 입사(64년), 정치ㆍ사회부장(83, 86년), 편집위원(87년), 뉴미디어 본부장(94~95년), 언론중재위원(97~2003년)>는 99년 3월부터 연재하던 ‘어제와 오늘’을 접기로 했다.

새해 첫날 형님<朴敬培, 1936년생, 서울대 화학과(60년), 미 브라운대 화학박사(67년), KIST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74년), KIST 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93년)>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아버님(素石 朴勝珍), 어머님(張命現)께 둘째 아들 涌培가 다섯번째로 낸 ‘내가 스친 역사들’을 올립니다”고 12월 20일 나온 책을 올렸다.

나는 형님에게 “‘어제와 오늘’을 접으려 합니다. 70세에 매주 글쓰기는 힘들고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형님은 아이디어를 냈다. “나는 너와 미국에 가기 전 10여년(52~62년)을 방을 함께 썼다. 우리 방에는 늘 너의 소설, 시의 원고로 가득 했다. 소설을 한번 써보지 그래.”

이 말을 듣자 작년 11월 26일 ‘스포츠 한국’ 박진열 사장이 주재하는 막수회(월말 수요일 모임)에서 입사 동기인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이 한 말이다. 내가 “12월에 <내가 스친 역사들>을 낸다.”는데 대한 코멘트 였다. “그래 아직도 주간한국에 ‘어제와 오늘’을 쓰고 있단 말이야. 이제 참신한 후배에게 넘기라고.”

작년 10월 20일께 퇴임 5년 6개월 동안 장고 끝에 두 번째 그의 책인 <조선 왕조에서 배우는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낸 그는 이날 덧붙였다.

“칼럼보다 책을 쓰라고. 칼럼은 주장이나 논조가 있어 좋지만…. 책을 쓰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겨 깊이를 느끼게 한다구.”

나는 형님과 그의 의견을 줄곧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칼럼을 끝내기로 했다.

형님이 제시한 ‘소설 쓰기’는 큰 이유가 되었다. 나는 50년대 유행이던 라디오 드라마 현상모집에 응모했다. 또 신춘문예에는 62년 군에 가기 전까지 한국일보에 응모했다.

언제나 예선도 통과 못하는 ‘엉터리’였다. 기자가 된 것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또다른 낙선 소설가 지망생의 저항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사는 상상력이나 창의력이나 논리적이거나 낭만, 유머, 엉터리, 뚱딴지 같은 생각을 쓰기에는 너무 사실적이고 객관적이고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2백자 원고지 12장 안팎에 1주일간의 일들을 새기기에는 자료 챙기기, 논점 선정에 많은 시간을 뺏긴다.

<내가 스친 역사들>을 낸 후 2주간 칼럼을 쓰지 않고 여지껏 이야기만 듣던 두 고전을 읽을 수 있었다.

첫 번째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년. 58년 ‘닥터 지바고’로 노벨 문학상 지명. 이를 거부. ‘닥터 지바고’는 56년에 소련에서 출판되지 않아 57년 이탈리아에서 나옴>의 ‘닥터 지바고’였다.

오재국(전 육사교수)이 옮긴 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인 이 책은 592쪽이나 된 대형 책이다.

이를 탐독하는데 1주일 이상이 걸렸다.

두 번째 책이 루쉰<1881~1936년. ‘광인일기’(1930), ‘아비정전(1924), 단편 ‘축복’ ‘술집에서’ ‘방황’등 씀(1924년),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1926년) ‘새로 엮은 옛이야기’(1935년)>의 ‘아비정전’‘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였다.

동서문화사가 작년 9월에 이가원(전 연세대 교수)이 옮긴 이 책은 538쪽. 작별 칼럼을 쓰는 어제 저녁(1월 8일)에야 겨우 읽기를 마쳤다.

두 책을 읽고 나서야만이 아니지만 소설쓰기가 얼마나 엄청난 일임을 새삼 느꼈다. ‘칼럼을 접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허망스런 것으로 정초부터 변해갔다.

루쉰이나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이나 시나 에세이의 글솜씨는 내 재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루쉰은 장편이나 단편 외에도 잡문이란 에세이도 썼다.

파스테르나크는 시를 많이 썼다. 그는 러시아의 혁명 전야, 그후, 스탈린 시대를 철학적으로 썼다. 그리고 이를 에세이라고 했다.

그들은 기자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문필가였다. 평론가나 철학자나 역사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고전을 엉성엉성 읽는 언론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주장을 앞세우지 않았다.

그들은 생활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명예나 명성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글을 썼다. 그게 그들의 삶이요. 그들의 생각이요. 그들의 아이디어였다. 그들은 글쓰기의 내일이 어떠 했을까를 꿈꾸지 않았다.

언론인이었던 나는 숱한 ‘그들’을 칼럼을 접고 끝까지 읽어 보려 한다. 1백권이 될지 그 이하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바라는 것은 1년에 한권씩 책을 낼 작정이다. 책 제목은 <古稀에 읽고 쓰다>이다. 이 책에는 꼭 단편소설 1편을 쓸 작정이다. 부제는 <朴涌培 잡글 2009년. ‘어제와 오늘’의 칼럼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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