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근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1만3,000원2006~2008년 일어난 정치, 경제, 사회적 대사건 분석한 짧은 역사 비평문

사회학자로는 드물게 높은 지명도를 가진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쓴 칼럼을 줄거리로 삼아 그 위에 이야기를 새로 입혀 책을 냈다.

저자가 하필이면 ‘그 3년’을 분석과 비평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왕에 집필한 칼럼을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 해보자 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겠지만, 그리 야박하게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당대의 논객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책을 냈을 때는 뭔가 또 다른 논지를 보태고 싶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3년’을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막 벗어난 해방공간의 3년에 빗대고 있다. 그는 “지난 3년의 한국사회는 ‘이념의 시대’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이데올로기가 난무한 시대였다. 해방 이후 3년을 제외하고, 이처럼 이데올로기와 정치가 문제시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워낙 잘 들끓고 잘 까먹는 우리네 습속을 감안하더라도, 굵직굵직한 사건과 갈등이 끊이지 않은 야단법석의 시기였던 것만큼은 뇌리에 남아 있는 듯하다.

저자 송호근은 머릿속에서 어렴풋하게 망각의 길로 접어든 바로 그 3년의 추억을 작정하고 끄집어낸다. 지난 3년의 경험을 우리가 반추하지 않으면 또 다시 혼란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학자적 경계심 때문일 것이다.

세계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황우석 교수 사건(2006년), 역사적인 남북철도 복구사업,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 정부의 한ㆍ미 FTA 추진(2007년), 원조보수 한나라당의 대선 압승과 정권 탈환(2007년), 그리고 서울 도심을 메운 촛불의 물결과 세계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출발해 지구촌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로 몰고 간 서브프라임 사태(2008년)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이 복잡하고 거대한 사건들의 본말을 제대로 파헤치기 위해 예리하고 냉철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 스스로의 고백도 그러하다. “냉정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 가담해 이념의 전사로 분류될 개연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념의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진보정권의 붕괴를 시니컬하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철학 부재와 국정 난맥상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식이다.

저자는 지난 3년의 성찰적 반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말하자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나라’로서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사민주의(Social Democracy) 체제’가 그가 제안하고 바라는 한국의 미래다.

‘독(甕) 안에서 별(星)을 헤다’라는 제목은 조선 정조시대의 명(名)문장가 이옥(1760~1815)이 쓴 ‘문학의 신에게 올리는 제문’(祭文神文)이라는 자성의 글에서 따 왔다. “박학으로 칭송이 자자한 자가 있어 질문을 해보니 독 속에 들어앉아 별을 세는 꼴이었고….” 송 교수의 겸손한 지성이 슬며시 드러나는 제목인 셈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