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위 하지 지음/ 공진호 옮김/ 마음산책 펴냄/ 11,000원폭격속 베이루트 남느냐 떠나느냐

얼마 전 인터뷰했던 소설가 현기영 씨는 “현실에서 지옥은 작가에게 천국”이라고 말했다. 갈등과 대립이 팽배한 현실은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는 한국 문학의 화수분이 될 것 같다. 신간 <드 니로의 게임>도 지옥 같은 현실이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작가는 유년 시절 겪은 레바논 전쟁을 소재로 이 작품을 썼다.

‘1만 개의 폭탄이 떨어졌고 나는 조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전쟁은 삶의 터전과 가족, 미래를 통째로 집어 삼킨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바쌈과 조지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함께 자랐다. 유년 시절을 맞게 된 이들의 마을에 전쟁이 시작되고, 일상화된 폭격으로 삶도 행복도 산산이 부서진다. 둘은 폭력으로 물든 세계에서 차츰 나이를 먹어간다. 둘은 타락한 고향에 남느냐, 영원히 떠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작가의 등단작인 이 소설은 지난해 영어권 문학상인 ‘임팩 더블린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총알을 난사하듯 빠르게 전개되는 작품은 독창성과 힘, 서정성과 인도주의적 메시지가 짙은 호소력을 갖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

이대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3,000원


경향신문 정치, 국제 에디터(부국장)를 맡고 있는 이대근 기자의 정치 에세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신문에 연재한 칼럼 중 50여 편을 골라 묶고 저자 인터뷰를 덧붙였다. 실명 비판과 직설적인 표현, 풍자적 비유가 섞인 글은 보는 이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쉽고 편한 그의 말하기 방식은 일상의 언어가 정치 비판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청제국 1616~1799

이시바시 다카오 지음/ 홍성구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15,000원


중국 청조시대 역사를 대중 역사서. 중화대륙을 정복했던 만주족은 당시 100만 명도 채 되지 않은 인구로 1억 명의 한족을 지배했다. 지배 기간 또한 원이나 진, 후한, 수나라보다 길었다. 저자 이시바시 다카오는 만주족의 ‘세계성’과 ‘활력과 혁신 정신’에서 비밀의 해답을 찾는다. 이 책으느 만주족의 입장에서 청조시대 역사를 서술한다.

전쟁과 평화

장성민 지음/ 김영사 펴냄/ 18,000원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이 쓴 정치서. 이 책을 끌고 가는 키워드는 ‘김정일 사후 북한’이다. 저자는 한반도가 영구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북한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일과 김정일의 외교스타일, 김정일 후계자, 북한과 미국-중국의 관계 등 북한 최고 핵심 권력을 분석했다.

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낸시 피커드 지음/ 한정은 옮김/ 영림카디널 펴냄/ 12,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상’을 수상한 추리 소설. 1987년 미국 캔자스 주 마을에 폭설이 내리고 목장 벌판에는 나체로 얼어버린 여자의 사체가 발견되고 사실은 은폐된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04년. 마을 공동묘지에 묻힌 이 사체는 ‘기적의 동정녀’로 자리 잡았고, 우연히 이 마을을 찾은 목격자 미치는 17년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푸른숲 펴냄/ 9,000원


터키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의 풍자 소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팸플릿을 제작했다 유배상활을 했던 작가는 자신의 유배 생활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비굴한 인간 군상을 어루만지는 시선, 유쾌하고 위트 있는 풍자로 그려낸 작품은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터키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공손한 손

고영민 지음/ 창비 펴냄/ 7,000원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이래 농촌과 도시를 관통하며 화해와 인정에 관한 작품을 발표해 온 고영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사라지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는 있는 시인은 이 시집에서 가족공동체와 향수, 따뜻한 추억을 꺼내 놓는다. 도시인에게 사라진 추억은 쉽고 시인의 편안한 언어와 깊은 사유로 회상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