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퀴즈 쇼 프로그램은 묘한 쾌감을 준다. TV 속 사회자의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하고는 답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운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단답형의 질문이 오가는 동안 출연자의 지식과 경력과 인성이 모두 드러난다.

퀴즈 쇼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비슷한 지적 쾌감을 주는 '오락거리'가 또 있는데 바로 상식 백과사전이다. 책에 실린 짧은 글과 사진은 세상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재미도 있거니와 스스로 '교양인'이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출판가에는 이 상식백과 사전을 분야별로 묶어 펴낸 교양 도서가 인기다. 최근에는 '청소년을 위한 지식 사전' '문예창작과 학생을 위한 문학 용어 사전' 등 특정인을 타깃으로 만든 상식 책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발간된 상식 책을 소개한다.

<즐거운 지식 렉시콘>(보누스 펴냄)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럽 사상과 문화 상식을 정리한 책이다. '렉시콘(Lexikon)'은 사전, 백과사전이란 뜻의 독일어. 이 책은 학문적 주제부터 일상적인 차원까지 다양한 유럽사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인 크리스티안 안코비치는 예술사와 역사학을 전공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널리스트. 그는 이 책에서 '북유럽의 신들', '그리스 문자', '4대 정치 독트린', '영화상 수상을 거부한 사람들'등 150여 개의 유럽사 키워드를 각각 2페이지로 요약하고 있다.

앞의 책이 유럽사로 주제를 한정 했다면 <이것이 세상이다>(하늘연못 펴냄)는 '인류의 역사와 창조 과정'으로 주제를 넓힌 상식 책이다. 빵과 포도주부터 텔레비전까지 인류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빚어낸 각종 도구와 관습, 제도에 관한 역사적인 사건을 추적한다.

실생활과 관련된 음식, 의복, 언어, 건축, 기술, 과학, 의학, 예술 등 다양한 기록을 416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한다. 각각의 설명에 회화와 조각, 건축 사진을 곁들여 보는 재미를 더 했다.

출판사 '책세상'이 <비타 악티바>(Vita Activa·행동하는 삶)란 이름으로 펴낸 '개념사 시리즈'는 키워드로 인문, 사회과학의 역사와 이론을 정리한 문고판 도서다.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어를 뽑아낸 뒤 그 개념이 생성되고 변화해온 역사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근현대 인문, 사회과학을 소개한다. 지난 12월 발간된 1차본은 <인권><아나키즘><시민><계급><아방가르드>등 5권이다. 최현, 하승우, 신진욱, 이재유, 노명우 등 30~40대 진보성향의 소장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