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알록제비꽃
2-노랑제비꽃
3-고깔제비꽃
4-남산제비꽃
5-콩제비꽃


꽁꽁 언 저 땅속에는 어떤 풀들이 숨어 있을까. 새 봄이 돌아와 생명의 시간이 돌아오면 그 땅속에서 고물고물 올라올 이런저런 풀들이 떠올라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유난히 키 작은 풀들이 많은 봄엔 몸을 낮추어 눈높이를 내려야 그 세상이 잘 보인다.

혹시 그 여린 풀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봄엔 제비꽃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마음만 먹으면 깊은 숲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식물임에다 한 종류의 식물이 얼마나 다채롭고 아름다운지 알아가는 재미와 보는 자연을 공유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는 좋은 단초가 될 수 있을 듯 싶어서 이다.

예전에 우리 풀에서 제비꽃은 이미 소개한바 있다. 보랏빛 고운 빛 우리 집 문패꽃 꽃 중에 작은꽃 앉은뱅이꽃 말이다. 오랑캐꽃이라고도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식으로 제비꽃이라고 그냥 불러도 되는 종류는 한 종이다.

보라색을 대표하는 꽃빛을 가지고 있으며, 길쭉한 타원형을 가진 가장 흔한 종류 말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이 제비꽃과 한 집안에 속하는 종류가 수 십 가지에 달한다. 우선 집안의 특징을 알아보자.

키가 작아 한 뼘을 넘지 못하는 작은키(물론 왕제비꽃은 무릎높이쯤 크기도 하지만 워낙 귀한 희귀식물이라 볼 기회는 거의 없다)를 가졌고, 꽃은 5장의 꽃잎 중 맨 아래 꽃잎이 길어나 늘어나 거(距)라고 부르는 툭 튀어나오는 뭉툭한 부분을 만든다. 그 속엔 꿀샘이 들어 있다. 꽃받침은 꽃자루와 이어져 마치 집게가 꽃을 집듯 꽃 뒤에서 달려있다.

이렇게 이 집안(屬)임을 알아보고 나면 제 각각 특징을 살펴보고 이름을 불러준다. 알고보면 그 많은 제비꽃종류들이 꽃색이 제각각 다르고, 잎의 모양도 다르다. 꽃대가 잎보다 높이 올라오는지 아닌지, 잎들이 모두 뿌리 근처에 모여 달리는 로젯트형인지 줄기에 마디를 만들어 달리는지 등등이 서로를 구별하는 특징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종류 가운데는 노란색 꽃이 피는 노랑제비꽃, 분홍색 꽃이 피며 잎이 고깔처럼 말려나오는 고깔제비꽃, 흰 꽃이 피며 잎이 잘게 갈라지고 향기가 좋은 남산제비꽃(남산에서 처음 발견 되었다), 역시 흰 꽃이 피지만 잎이 좀 덜 갈라지며 산에서 만나는 태백제비꽃, 꽃도 잎도 콩알처럼 작은 콩제비꽃, 동그란 잎에 알록알록 무늬가 있는 알록제비꽃 … 봄 화단에 단골손님인 팬지도 알고 보면 이 집의 한 식구인 삼색제비꽃을 기본으로 다양하게 만들어낸 원예품종들이다.

이렇게 제비꽃 식구들 사귀기만 하여도 봄이 다채로울 것이며, 지천인 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보기도 아까운 꽃잎들을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 호사를 잠시 누려보아도 좋다. 이름을 알아낸 한 종류를 책갈피에 고이 말려 귀한 사람에게 보내는 카드를 만드는 낭만도 멋지다.

그 수많은 제비꽃들을 하나하나를 찾아 보며 그 속에서 이 작은 들꽃들마져 얼마나 가지각색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발견해보자. 이러한 자연을 재발견하는 즐거움은 혼자 같기에는 너무 소중하여 모든 이들에게 함께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