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10,000원


소설가 한창훈이 단편집 <나는 여기가 좋다>를 냈다. 바다와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는 신간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티프의 이야기를 펼친다.

표제작 '나는 여기가 좋다'는 섬에서 살아온 선장과 섬을 떠나고 싶어 하는 아내 사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선장의 상황은 절박하다. 자기 소유의 배와 바다에만 매달리다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아내는 섬 생활이 싫어 도망을 간 것은 아니지만, 섬을 떠나지 않으면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난감해 하는 선장에게 아내는 "당신은 육지를 무서워하고 있소. 여기서는 모두 잘났다고 추켜세워주는디, 육지 가믄 그렇지를 못하니께, 그게 겁나서 못가는 것 아니요?"라고 정곡을 찌른다.

주인공 선장은 또 다른 소설 '섬에서 자전거 타기'에 다시 등장하고 마지막 단편인 '아버지와 아들'에서 아들 용이의 삼촌으로 언급된다. 신간은 연작 소설집이 아니지만, 하나의 인물이 여러 단편에 걸쳐 언급되는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외에 '밤눈', '올 라인 네코' 등 8편의 작품이 실렸다.

작품은 삶의 터전이 황폐화되면서 인간이 생계를 위협받는 어두운 현실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 어둡고 힘든 현실을 오히려 밝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선량한 인물들의 맛깔스러운 사투리,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해학적인 장면과 따스한 온기는 현실의 절망을 걷어내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운다.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연수 외 지음/ 문학사상 펴냄/ 11,000원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출간됐다. 대상 수상작인 김연수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비롯해 이혜경의 '그리고, 축제', 정지아의 '봄날 오후, 과부 셋', 공선옥의 '보리밭에 부는 바람', 전성태의 '두 번째 왈츠' 등 8편이 실렸다. 수상자인 김연수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과 작품론, 작가론을 덧붙였다.

아톰의 슬픔

데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 8,500원


일본 만화계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의 20주기를 기념한 유작 산문집이다. 생명과 전쟁, 환경, 과학, 미래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담긴 에세이와 함께 대표작들의 뒷이야기를 담은 30편의 글이 실렸다. 표제작 '아톰의 슬픔'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독자들이 아톰을 '과학의 총아'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내용이다.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서경식 지음/ 철수와 영희 펴냄/ 14,000원


재일교포 2세 서경식 씨가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2년간 도쿄경제대학에서 연구휴가를 얻어 한국에 머물며 진행한 강연과 세미나 내용을 엮은 책.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저자는 한국인과 재일교포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 연대의 길을 모색하자고 말한다.

인문의학

인제대학교 인문의학 연구소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 13,000원


'고통'이란 화두로 인간의 실존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의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소개한 책이다. 의학과 인문학에서 바라본 고통의 문제, '철학적 인간학'과 '의학적 인간학'에 대한 소개, 전문가 초청 대담, 고통에 관한 문학 소개,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과 이들을 다루는 의사들의 에세이 등 다양한 학문의 상식이 엮어진다.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정희준 지음/ 개마고원 펴냄/ 15,000원


스포츠로 읽는 한국의 사회문화사를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스포츠는 한국사회에서 단순한 오락이 아닌 '환상'을 만들어내는 도구라고 말한다. 책은 근대 이전의 숭문사상부터 근대 직후 상무 정신, 해방 이전의 전시행정과 이후의 박정희 병영사회, 전두환 3S정책 등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

인도와 파키스탄

조길태 지음/ 민음사 펴냄/ 28,000원


50년의 역사를 가진 신생국가 파키스탄. 인도 전문가인 저자는 파키스탄의 탄생과 대립의 역사를 통해 카슈미르 분쟁 과정을 설명한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뉜 인도. 파키스탄은 다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나뉘고 지금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세 나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