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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침탈의 역사 뒤,빛나는 선조들의 무기 과학
화염조선/ 박재광 지음/ 글항아리 펴냄/ 18,000원
조선시대 화약병기, 전선 등 중심으로 전통시대 병기 해부 열전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지난해 가을 개봉돼 팬들의 애국주의를 자극했던 영화 <신기전>. 명(明)의 멸시와 내정간섭에 칼을 갈아오던 세종대왕이 대륙정벌의 야심을 갖고 비밀리에 개발한 최첨단 무기가 신기전이었다는 그럴 듯한 가정법이 역사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아 오른 대(大)신기전이 명나라 정예군의 한복판을 강타하며 싹쓸이하는 영화 종반부의 하이라이트는 '한민족의 DNA에 저장된 오랜 울화'를 일거에 씻어 내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물론 영화적 미학이나 완성도는 별개지만 말이다.

몇 해 전 '이순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역시 시청자들에게 충무공의 가슴 뭉클한 일대기와 함께 세계 해전사(海戰史)에 길이 남은 불패전함(不敗戰艦) 거북선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일깨웠던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의 아이러니는, 우리 민족이 당대 최고 수준의 무기제조 기술을 갖췄던 시절이 곧 외세의 압박 혹은 침탈을 받은 시점과 겹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왜 그토록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도 우리는 당하고만 살았을까.

저자의 해답은 명쾌하다. 우리 민족은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첨단무기의 과학성과 위력에서 결코 세계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았지만, 당쟁 등 정치혼란으로 말미암아 무기개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선 말엽 신식무기로 무장한 열강(列强) 앞에 속절없이 주권을 내주게 된 것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선진적 무기제조 기술을 면면히 계승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정치적 패착과 분리해서 본 우리 선조들의 무기개발 기술은 찬탄할 만하다. 고려말 최무선이 제조한 본격적인 전투용 화약병기에서부터 다연장로켓의 원조인 화차, '해상탱크' 거북선, 조선 최고의 전함으로 군림한 판옥선, 신관장치로 자체 폭발하는 비격진천뢰에 이르기까지 전통시대의 '병기 열전'은 우리 민족의 탁월한 과학적 우수성을 웅변하는 듯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를 대표하는 전통무기 21점의 과학적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물론 각종 도판과 도표를 곁들임으로써 옛날 무기체계에 대한 이해를 친절하게 돕는다.

1990년부터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으로 일해온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전쟁사와 전통무기 연구의 성과를 한 권에 집약했다. 무기개발 배경, 작동원리, 파괴력, 활용 사례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역사와 전쟁, 과학과 무기의 상관관계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제목 '화염조선'은 조선시대 전통무기의 화력이 가장 절정에 달했던 점을 감안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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