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이미 온 것 같은 착각 속에 지냈는데, 갑작스럽게 한겨울 날씨가 되어버렸다. 하긴 날씨가 점차 따뜻해진다 해도 누구도 2월을 봄이라고 하진 않는다. 사실 남쪽에서 꽃소식이 올라 온지는 한참 되었다. 한 블러그에는 이미 지난 주에 서울의 홍릉수목원에서 핀 복수초가 담겨있기도 했다. 이 추위에 그 꽃잎들은 어찌되었을까. 이곳 저곳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봄의 꽃들을 알려달라는 연락들도 오기 시작한다.

복수초나 변산바람꽃, 이어서 노루귀나 꽃다지 같은 것이 떠올랐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일찍 올라와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었다. 바로 개구리발톱이다. 이미 지난 설날쯤부터 피었을 이 꽃은 호남지방이나 제주도 같은 남부지방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탓에, 작은 꽃들이 잎과 함께 자라 돋보이지 않는 탓에 마음에 담아두는 이는 많지 않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재미난 그런 우리 꽃이다. 이 풀이 자라는 지역에 가서 숲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까다롭지 않은 풀이기도 하다.

개구리발톱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자라기 시작한지 오래되어 크게 자라고 나면 30cm정도까지도 크지만 보통은 한 뼘 정도 높이이다. 땅속엔 통통하고 검은 덩이줄기를 가지고 이른 봄의 영양을 공급한다. 밑에서 곧바로 올라온 잎도 있고 그 사이에서 줄기가 올라와 위에 달리는 잎도 있으며 그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이 핀다.

잎은 크게는 3갈래이고 각각의 작은 잎들이 다시 3갈래로 갈라진다. 음력정월부터도 피어나는 꽃들은 5월까지도 이어져 오래도록 볼 수 있다. 연한 분홍빛 때론 흰빛으로 꽃이 피는데 알고 보면 이 색깔을 가진 것은 꽃잎이 아닌 5장의 꽃받침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더 짧은 노란색의 꽃잎이 들어있다. 물론 그 속엔 암술과 여러 개의 수술도 있고.

개구리발톱이라는 정말로 특별한 이름은 어떻게 붙었을까. 꽃의 씨방(이를 볼 수 없다면 꽃가루받이를 끝내어 만들어지는 열매의 모양을 보면 된다)을 닮아 그리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문제는 개구리의 발톱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있다. 원래 양서류인 개구리는 원칙적으로 발톱이 없다.

발끝에 나무같은 것에 타고 올라가기 좋게 빨판 같은 것이 있거나 발톱이 있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한 개구리종류도 날카로운 발톱처럼 보일 뿐이지 구조적으로는 뼈가 밖으로 돌출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난 웬일인지 없는 개구리의 발톱처럼 없는 것도 만들어 이름붙이는 그 상상력이 정겹다. 재미있지 않나 개구리에 없는 발톱이 식물엔 있으니.

꽃이 작아 생태적인 공간이 아니라면 조경용으로 이용하기엔 적합하진 않고, 한방에서는 천규자란 생약이름으로 이용한다. 독을 풀어주고, 종기를 아물거나 소변이 안나올 때, 요로결석 등의 증상에 처방하고 민간에서도 뱀이나 벌레에 물린 상처에 찧어 붙인다고도 한다.

개구리발톱의 다른 이름으로 개구리망, 섬향수꽃(풀) 등이 있다. 혹시 향기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확인해보는 것이 나의 이른 봄 숙제중에 하나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