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로 본 출판가]

지난 한 주 국내 모든 공교육 기관은 새 가족을 맞느라 분주 했을 터다. 3월 첫 주 초중고등학교의 입학식은 완연한 봄을 알린다. 누구보다 이 봄이 반가운 것은 이제 막 젊음을 맞이하는 새내기 대학생일 것이다. 12년 입시 지옥에서 탈출한 해방감이 얼마가 짜릿한지, 그 시기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 담론이 가득했던 대학 캠퍼스 풍경이 상아탑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대학 새내기도 취업과 학점을 고민하고 있는 불황 시대다. 처음 젊음을 만끽하는 이 봄에 책의 세계에 빠져보자. 올해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뽑은 '대학신입생 추천도서' 중 3권을 소개한다.

최인훈의 '광장'은 전후시대 소설로 현대 한국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소설은 타고르호를 타고 중립국으로 향해 가던 석방 포로 이명준이 남지나해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분단된 조국의 엄혹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의 고뇌가 절망적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비극과 갈망은 우리 자신과 민족의 모습임을 진지한 성찰을 통해 보여주는 명편이다.

한 지식인의 외로운 자기성찰을 광장이 없는 밀실과 밀실이 없는 광장, 즉 남과 북의 분단과 대결로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분단구조를 이념적으로 접근한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에 맞닥뜨려 제3국을 택했던 주인공이 끝내 자살로 치달았던 사연을 매혹적인 문체에 담았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국가에 비유한 정치사상서다.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파악한 저자는 공공의 권력을 수립하는 유일한 방법이 개인의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계약을 맺는 것은 절대권력, 하나의 국가가 탄생되는 지점이다. 사회 무질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권력은 필요악이고, 저자는 이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1651년 간행된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중세 유럽 사상의 근간인 스콜라철학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고의 틀 마련, 자연권을 주창했다.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계약에 의한 국가 성립을 이야기해 출간 당시 금서로 낙인찍혔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 사상서로 평가 받고 있다.

'괴짜 경제학'은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천재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칼럼니스트 스티븐 더브너가 쓴 경제 에세이다.

책은 몇 가지 전제에서 시작한다. 첫째, 인센티브는 현대 삶을 지탱하는 초석이다. 둘째, 우리가 진실이라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 잘못된 것이 존재한다. 셋째,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는 미묘한 사건을 원인으로 한다. 넷째,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강점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몇 가지 전제는 사회 현상을 경제 논리와 연결시키는 초석이 된다.

이 책은 이 과정을 통해 사회 숨겨진 이면 속에서 새롭게 보이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 가지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서로 다른 수많은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이제껏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검토해나가며 상식과 통념을 깨는 특별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