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 1,2,3/강풀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각 권 1만 2000원살인마의 행각 통해 이웃과 소통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 그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강풀이 그리면 뭐든지 ‘대중문화’가 된다. 2003년부터 그린 7편의 장편만화는 모두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됐거나 제작 중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아내가 재미있다고 할 때까지 스토리를 바꾼다”고 말한 이 집념의 만화가는 탄탄한 스토리를 무기로 초토화된 한국 만화 시장에서 구세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뜻한 사람들을 그린 강풀의 이야기 그림은 팍팍한 도시인에게 잃어버린 감수성을 가져다준다.

신간 ‘이웃 사람’은 지난 해 6월부터 11월까지 포털사이트 ‘미디어 다음’ 연재한 만화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총 30회로 막을 내린 이 작품은 현재까지 3억 5000 페이지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서울 외곽 재건축 인가가 나기 직전 한 빌라 단지에서 여고생이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되어 살해된다. 범인은 피해자의 아랫집에 사는 젊은 남자. 살해된 여고생은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계속 새엄마 앞에 나타난다. 미스터리한 작품의 초반부에는 살해 열흘 전으로 돌아가 여고생이 살해되기까지의 시간과 범인의 존재를 눈치 채는 이웃 사람들의 시간을 교차해 보여준다.

만화의 재미는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가속화된다. 작가는 사건 발생 후 사흘 동안 벌어지는 일을 박진감 있게 전재한다. 마음을 열고 딸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여고생의 새엄마와, 범인을 의심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이웃집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그려진다.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이웃들이 주춤하는 사이, 연쇄살인은 계속된다.

만화 칼럼니스트 이영미는 “강풀 만화는 따뜻하고 후덕하고, 서늘하고 소름 돋는 동시에 시대를 응시하는 냉철한 정신이 살아있다”고 평했다. 신간 ‘이웃 사람’에 비추어볼 때 그의 분석은 꽤 적확하게 들린다.

작품은 살인마의 스스럼없는 행각을 보여줌으로써 이웃과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어둡고 음습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가 살인자라고 의심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혹은 살인마 이웃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극을 만들어내고 또 후회한다.

하지만 ‘이웃 사람’들은 사건을 풀어가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관계를 복원한다. 사랑은 외면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관심을 실천하는 것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신간안내>

■ 도시와 인간
마크 기로워드 지음/ 민유기 옮김/ 책과함께 펴냄/ 4만 8000원


영국의 대표적인 건축사학자 마크 기로워드의 대표작. 중세부터 현대까지 1000년 도시의 역사를 도시문화사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경제 발전과 권력의 이동에 따라 새로운 도시 건설에 총력을 기울였던 사람들, 문화를 주도한 세계의 도시, 역동적인 인간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소프라노 신영옥의 꿈꾼 후에
신영옥, 김동환 지음/ 휘즈 프레스 펴냄/ 1만 5000원


소프라노 신영옥의 자전적 에세이. 그녀는 만 4살에 노래를 시작했지만, 남보다 늦은 29살에 프로 오페라 가수로 데뷔했다. 이 책에는 세계가 인정하는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학습과정을 겪었는지, 자기관리 방법이 담겨있다. 덧붙여진 무대 이야기와 오페라 작품 해설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준다.

■ 스파게티 사이언스
믹 오헤어 지음/ 김대연 옮김/ 이마고 펴냄/ 1만 3800원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편집자가 쓴 과학서. 우유, 옥수수 가루, 탄산음료 같은 간단한 도구만으로 누구나 집에서 과학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저자는 콜라의 산성을 이용한 ‘동전 닦기 실험’, 성냥불을 이용한 ‘병속에 달걀 집어넣기’ 등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과학이 일상에서 떨어진 학문이 아님을 알려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