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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청소년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
[문단 뒷마당/문예교사제] 학교당 문인 1명 15주 출강 미래 독자와 소통
시행 2년만에 끝나





김종광 소설가



문화관광부는 참으로 기특한 생각도 했었다. ‘작가들과 문학에 흥미 있는 청소년을 만나게 해주자’. 스포츠에 목숨 거느라 문학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일제고사 따위에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전자가 바뀌어도 할 수가 없는 생각일 테다.

이른바 ‘전업문인 문예교사제’였다. 선정된 학교당 문인 한 명을 파견하여 15주 가량 출강하는 방식이었다. 시범적으로 실시한 2003년에는 50명의 작가, 확대 실시한 2004년에는 100명의 작가를 배정 받았다.

작가들이 찾아갈 학교가 문제였는데, 학교들 구미에 맞추면서도 문학이니 작가니 해서 학생들 겁먹게 만들지 말자는 배려로, ‘글쓰기 특기 적성교사’, ‘문예 지도교사’, ‘전일제 특별활동교사’, ‘작문 교사’ 등에서 입맛에 맞게 고르라는 식으로 공문을 보냈다.

수많은 학교가 작가를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칠 줄 알았다. 작가들의 강의료는 국고에서 나가니까, 학교 입장에서는 공짜가 아닌가.

하지만 공짜 작가를 원하는 학교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모자라서 채워 넣느라 안달복달해야만 했다. 지방학교들을 우선 배려한다는 취지 때문에 서울 학교들에는 아예 공문도 보내지 않았다지만, 매우 실망스러운 바였다.

교사 작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학교장들과 중고등학교의 문예담당교사들은 그냥 작가도 아니고 전업문인이라고 불리는 작가들을 좀 위험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부 잘하고 있는 애들을 이상한 방향으로 물들일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요즘 말로 하면 작가들을 무조건 ‘좌빨’로 보는 것이다.

신청 학교는 적었지만 신청 작가는 넘쳐서, 작가를 선정해야만 했다. 비공식적인 선정 기준은 ‘신청학교 가까이에 사는 작가’, 그렇게 가까이 사는 작가가 없을 경우에는 ‘가난한 순서대로’, 가난한 것을 외모만 보고 알 수 없으니 ‘서울에서 멀리 살수록’과 ‘나이가 적을수록’이었다.

작가들은 대개 서울이나 지방의 중심도시에 살고, 가야하는 학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여비도 만만치 않지만,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하니, 나중에는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지, 자학하는 작가가 부지기수였다.

원래는 ‘선정된 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선정이고 뭐고 신청해준 학교라면 어디든 갔기 때문에 학교장과 대면하면서부터 당황한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글짓기를 가르친다고 갔는데 학교장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실제적인 문학 활동을 통해 뭘 어쩐다고요? 논술이 아니고? 난 논술 가르쳐주는 건 줄 알고 한번 신청해보라고 한 건데.” “글쓰기 특기 적성교사를 원하셨다고 하던데요?” “우리는 글쓰기가 논술인 줄 알았지요.” 결국 그 작가는 15주 동안 논술을 가르쳐야만 했다.



(사진 우) 김용택 시인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했다.


학생들과 만나자마자 맥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전일제 특별활동교사’로 불러준 것 좋은데, 글짓기에 관심 전혀 없는, 아무 반에도 못 들어간 애들이 어중이떠중이처럼 모여 있는 ‘글짓기반’인 것이다. 매주 한 반씩 들어가 ‘대학에 가야만 하는 이유’ 같은 특별강연을 한 작가도 있었다.

정상적인 글짓기반이나 작문반이라고 해도 학생들의 문예 실력 편차가 워낙 심하고, 외부교사 만나는 시간을 잠자는 시간이나 잡담시간 노는 시간으로 아는 학생들이 많아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문예교사들은 학생들이 내일의 내 독자가 되어야한다, 내 독자가 안 되더라도 최소한 문학을 읽는 성인이 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했다. 좀 짓궂게 말하자면 일당 11원만원 벌이에 충실했다.

대학시절에 학원에서 강사 노릇을 해본 작가는 좀 있었지만, 대개는 교사 노릇이 처음이었다. 중고등학생들도 그런 해괴한 교사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테다.

하지만 진짜 교사들과는 달리, 작가는 무서워할 게 없다. 자신의 문학관에 근거하여, 자료준비도 많이 해가고, 수업에는 한 마디라도 더 영향을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심혈을 기울에 학생글에 빨강나라도 만들어가고, 애써 노력하니 원래 선량한 학생들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문학적 공명이 일어났고, 아쉽지만 헤어질 때가 다가와 있었다.

공식적으로 바랐던 기대효과-‘우수한 문학적 감수성을 가진 문예특기생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육성’, ‘특기적성교육의 내실화에 크게 기여’-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을 테다. 하지만 교과서에 박제처럼 박혀 있는 작가가 아니라, 실제 작가가 내일의 독자들을 소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들은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면 학생들을 좀더 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에 그 문예교사를 꼭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한 학교도 많았다. 언론의 칭송도 받았다. 작가들의 후일담 보고서는 문화관광부를 감동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원문예교사제’는 두 해 시행으로 끝났다.

한 관계자는 다른 예술분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분야에 비해서 강사료가 높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딴지 거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1주 2시간 강의에 11만원이 많다고? 그럼 다른 예술분야도 높여주면 될 것 아닌가? 학생 예술교육에 돈 쓰는 게 그렇게 아까운가? 쓸데없이 낭비한 막대한 국고의 한 조각만 할애했어도 충분한 일인데!

문학이 모든 국민에게 소중한 것이라면, 작가와 청소년의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런 만남을 다시금 바랄 수조차 없도록 척박하게 망가져가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 요즘 대학교 강의실에서 문단에서 깜짝 놀라는 작가들이 많다.

문예교사 때 만났던 학생이 훌쩍 커서 나타난 것이다.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기억하기에는 너무 짧았던 객원문예교사였다. 그 아름다운 소통이 되살아나기를, ‘그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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