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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을 이겨내는 열린 감각의 힘
나를 위해 웃다/정한아 지음/문학동네 펴냄/1만원
소외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미지 통해 인생의 이치를 터득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단편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를 이루는 축은 결핍이다. 키가 2미터가 훌쩍 넘는 엄마도(단편 ‘나를 위해 웃다’), 사창가에서 일하는 나도(단편 ‘아프리카’), 모두 결핍의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결핍을 이겨내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무딘 감각이다.

작중 인물들은 굳은살이 박힌 가슴을 안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평론가 차미령은 그의 작품을 두고 “성과 연령을 가릴 것 없이 인물들은 버려짐의 감각 속에서 인생의 이치를 터득한다”고 말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정한아는 몇 년 만에 굵직한 작가로 성장했다. 발랄한 상상력과 유쾌한 입담이 넘쳐 나는 오늘의 소설 시장에서 그는 그의 작중 인물처럼 결핍과 소외의 사람들을 묵묵히 그려낸다.

표제작 ‘나를 위해 웃다’는 외할머니 뱃속에서부터 남들보다 컸던 우리 엄마의 이야기다.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엄마 곁을 떠날 때도 엄마는 끊임없이 자란다. 세상의 규격에 따르기 위해 늘 허리를 굽혀야 했고 늘 외로웠던 엄마는 농구 선수가 되어 혐오와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스무 살 엄마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일은 예쁘게 화장하는 일도, 미니 스커트를 입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일도 아닌 키가 자라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환각제에 취했던 내가 사창가에 흘러 들어오면서 겪게 된 일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영업금지법 때문에 골목 안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골목을 떠난 업주들은 불법 안마시술소나 마사지 숍을 차린다.

갈 곳 없는 우리가게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지만 열 명이 넘던 ‘언니’들은 차례로 가게를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수진언니와 미영언니, 나 뿐이다. 나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주머니 속 심장모양의 ‘아프리카’를 만지작거린다.

2006년 봄부터 올해 1월까지 발표한 작품을 모은 이번 소설집에는 ‘첼로 농장’, ‘마테의 맛’, ‘댄스 댄스’ 등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감각적인 문장도 기이한 발상도 없는 ‘정직한 이야기’는 작가 정한아의 특징이 됐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떤 갈등이나 심리 변화를 겪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서 서서 타인의 삶과 현실과 꿈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보여지는 ‘열린 감각의 힘’을 구경해보자.

▲ 신간 안내

걸었던 저리마다 별이 빛나다
김수영 외 지음/ 박형준, 이장욱 엮음/ 창비 펴냄 / 9000 원


1975년 3월 ‘농무’를 시작으로 한 창비시선이 300권을 돌파했다. 신간 ‘걸었던 저리마다 별이 빛나다’는 창비시선 기념시선집이다. 고은, 신경림, 정희성 등 원로시인과 김사인, 안도현, 나희덕 등 중견 시인, 박성우, 김선우 등 젊은 시인 86명의 작품을 엄선해 실었다. ‘사람과 삶’을 화두로 한 이번 시집에서는 한국시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다.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
이준구 지음/ 푸른숲 펴냄/ 1만 5000원


‘미시경제학’으로 알려진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첫 경제시론집이다.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등 한국사회 뜨거운 이슈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통찰한다. 논리적 문체로 이어지는 그의 글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저자는 현정부의 사회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정책 판단의 잣대는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이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잭 린치 지음/ 송정은 옮김/ 추수밭 펴냄/ 1만 4000원


셰익스피어를 토대로 그가 시대의 최고 문화영웅 자리에 오른 이유를 추적한 책.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수많은 극작가, 배우, 편집자, 학자, 비평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입맛대로 이용했다고 말한다.

조작된 영웅을 만들어 내는 시대의 광기에 대해 저자는 “위대한 문화 천재가 자기 편에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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