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모과나무

모과라고 하면 겨울이 먼저 떠오른다. 따뜻하고 향기 그윽한 모과차에 몸을 녹이는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의 그윽함이. 하지만 지금도 모과나무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식물들처럼 꽃을 절정이라 생각하고 말한다면 말이다. 더욱이 참으로 고운 그 꽃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사람들은 흔히 모과를 두고 세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모과가 너무 못생긴 과일이어서 놀라고 못생긴 과일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그리고 그 과일의 맛을 보고 맛이 없어서 놀란다고 한다. 나무 모과나무를 두고 또 한번 크게 놀란 적이 있는데 이 꽃 때문이다.

못생긴 모과의 인상과 얼울리지 않게 모과나무에는 수줍은 새색시의 두볼처럼 고운 분홍빛의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그 꽃들은 풍성하고 향긋한 가을 열매, 그리고 그 열매가 우리에게 주는 겨울의 따사로움까지 이어지는 정겹고 좋은 나무이다.

그런데 모과나무는 고향이 우리 땅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천년전에 과수로 심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 건너와 과수로 심어진 연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시대 허균이 쓴 소설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이루어 그 이전일 것이다.

긴 세월 우리와 쌓아온 이연과 그로 생겨난 수많은 이야기와 문화를 생각하면 크게 보아 우리 나무에 넣어도 부족함이 있지 않다. 식물학적 집안으로 따지면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의 큰 키나무이다.

모과나무의 지금 핀다. 꽃을 보면 왜 장미과인지 금새 이해가 간다. 5장의 꽃잎에 수술이 많다. 그 꽃의 사랑스러움은 앞에서 말했거니와 하나씩 달리는 꽃 옆에는 새로난 타원형 잎새들이 조화롭게 달리고 커다란 열매는 자루도 없이 바싹 다라 붙어 달리는 모양부터가 엉뚱하고 재미나다. 모과나무의 알려지지 않은 매력 가운데 수피가 있다.

매끈거리는 수피는 갈색이나 보라빛이 돌고 윤기가 흐른다. 나이가 들면서 묵은 껍질은 봄마다 조각 조각 떨러지는데 조각이 떨러져 나간 자리의 푸른 빛이 만들어 내는 그 얼룩의 모양과 빛깔이 아주 독특하고 게다가 나무 줄기에 생기는 골과 어울어져 모과나무만의 개성을 나타난다.

모과는 한자이름 목과에서 나온 이름이다. 잘익은 노란 열매는 마치 참외와 같아 나무 참외라는 뜻이다. 꽃을 보고 배꽃처럼 아름답게 여겨 화리목이라고 하고 화초목, 화류목, 명려, 명사란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는 모과를 모개라고 한다.

또 중국이름 가운데 호성과라는 이름도 있는데 공덕을 많이 쌓은 스님이 외나무 다리를 건널 때 다리를 칭칭 감고 있는 구렁이의 머리에 이 모과가 떨어져 성인같은 스님을 보호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모과나무 쓰임새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얇게 저민 모과를 설탕이나 꿀에 졸였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만들어 마차로 만들어 마시면 향과 맛이 좋고 특히 기침을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밖에 칼슘, 철분등의 무기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진해, 거담, 지사, 진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염증이 있을 때 모과잎을 찧어 바르기도 한다.

차로 즐기지 않더라도 모과주는 향기가 좋아서 다른 술에 몇방울씩 넣어마시면 그 풍미를 즐 길 수 있으며 그밖에도 우리의 선조들을 생과일로는 먹을 수 없는 모과의 결점을 극복하여 모과의 껍질을 벚기고 삶아 으깨어 거르고 꿀과 함께 조려 만든 모과정과, 모과가루에 찹쌀뜨물로 죽을 쑤어 생강즙에 타먹는 모과죽, 모과가루과 녹두가루를 섞어 꿀을 넣어 만드는 모과병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5월의 꽃부터 모과나무 즐기기를 한다면 한 해가 가도록 행복할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